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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전문의들 터지는 탄식 <下>
[ 2011년 11월 24일 11시 00분 ]
“올해 초 개원할 생각으로 입지를 알아봤다. 개원에 대한 기대감이나 비전 따윈 없었다. 차라리 개원이나 하자는 마음이었다. 흉부외과 전문의란 명예와 뿌듯함으로 살아왔는데 병원을 떠날 생각을 할 정도로 자괴감에 빠졌다.” -경력 20년차 흉부외과 전문의 A씨

“요즘 양복 주머니에 사직서 넣고 다닌다. 곧 제출할 참이다. 힘들게 일하는 후배들을 보면 미안하고, 지원금을 나 몰라라 하는 병원 경영진을 보면 화가 난다. 흉부외과 수가인상 지원 정책은 흉부외과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렸고, 흉부외과 의사들의 자존심을 망가뜨린 하지 않느니만 못한 정책이다.” -대학병원 흉부외과 과장 B씨.

그동안 열악한 진료 환경과 박봉에도 흉부외과 의사란 자부심 하나로 대차게 살아온 흉부외과의 중축인 시니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흉부외과 수가인상분이 본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중년 흉부외과의들의 사기저하란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C병원 흉부외과 과장 김씨는 “후배들 위해 지원된 금액인데 선배들이 제대로 끌어오지 못했다. 월급 조금 인상됐다고 좋아하는 후배들보면 안쓰럽다”면서 “월급인상은 춥다고 우는 애한테 사탕 물려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3년째 의료기기 사준 것 하나 없다”고 지적했다.

D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박 씨는 “이제는 흉부외과에 남으라고 후배들을 붙잡지 않는다. 10년이 지난 나도 그들과 같이 당직서면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이런 내 모습이 너희 미래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노동 강도와 비교하면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버티게 한 것은 흉부외과 의사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이었는데, 이마저도 선배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덮어 버렸다는 얘기다.

흉부외과 전문의 생활 15년 차인 김 씨는 “지원금을 제대로 집행하라고 요구했더니 병원 측은 ‘그동안 수익률 마이너스여도 흉부외과 직원들 월급 깍지 않았다’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이 한마디가 병원이 흉부외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면서 “흉부외과 전문의로 살아온 내 인생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는 병원들이 제출한 자료를 온전히 믿어선 안 된다. 30%를 만족시켰다는 병원 보고서를 당사자인 흉부외과가 확인한 바 없기 때문”이라면서 “수가인상분을 지원한다는 정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흉부외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원금이 아니라 수가로 100%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떳떳해진다”고 주장했다.

F병원 흉부외과 오 과장은 “우리 월급을 올려달라는 게 아니다. 후배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나름의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자존심과 명예로 먹고 사는 흉부외과의들인데 이 법이 더 힘들게 했다. 가장 일 많이 할 때인 중년 의사들이 상심한 채 버틸 저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병원 중심축이 되어 흉부외과 발전과 후배 교육에 한창 힘써야 할 중년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정책 하나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오히려 수가인상분을 지급하기 전이 좋았다. 바깥에선 우리의 이런 모습이 돈만 밝히는 모습으로 비칠 것 아닌가”란 탄식은 이들이 얼마나 상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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