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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실험 주시하는 서울아산병원
[ 2011년 11월 24일 21시 34분 ]
삼성이 의료원 체제를 폐지하고 그룹 신경영의 창안자였던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사진]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에 임명한지 오늘(25일)로 한 달이 됐다.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이 개원 이후 그룹 차원의 첫 대규모 감사를 토대로 내린 결론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고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고 구원투수로 이건희 회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윤순봉 사장이 전격 등판했다.

삼성 기업문화를 인정하면서도 사상 첫 일반 CEO 출신 발탁을 바라보는 병원계 시선, 특히 삼성과 치열한 선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에서는 명암이 교차하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이윤 추구 극대화가 최우선시 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의료기관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엘리트 의식에 기반한 자존감이 그 어느 집단보다 강한 의사들을 리드하면서 규합시켜야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인사 배경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과의 경쟁(모 매체 병원 평가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삼성 교수들의 부진)에서 뒤처진 것으로 판단한 그룹 상층부 결정은 향후 두 병원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그런 측면인지 서울아산병원 수뇌부를 비롯 교수들은 삼성의 인사 실험 배경과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윤순봉 사장 출현으로 한국 최고 병원을 놓고 벌이는 삼성과 아산의 한판 승부는 더욱 흥미로워지면서 덧붙여 삼성과 현대라는 그룹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수들 간 자존심 대결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이므로 충분히 가능-아산에도 도움"

서울아산병원 고위 관계자는 "윤순봉 사장 선임은 삼성서울병원이 잘될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 헬스케어 부분을 이번에 제대로 검증하지 않겠냐. 그러면서 병원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본다. 삼성의 행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직을 맡았던 병원 A 교수는 "삼성의 이번 인사는 분명 주목된다. 왜냐하면 예전 미국에서도 병원장에 일반 CEO 출신을 앉힌 실험이 있었는데 실패했다. 병원 경영은 매우 예외적이고 일방적 수익 창출과 접목이 쉽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체제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삼성이니까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 신임 사장이 와서 젊은 의사들 마음을 얻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며 비전을 제시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병원의 중견급 B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 교수는 "삼성이 개원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현재 주축이 되고 있는 교수들은 삼성 문화에 적응된 사람들이다. 기업 CEO 출신의 경영마인드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초기에는 다소 불협화음이 날 수 있지만 삼성 특성상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삼성의 이번 실험은 아산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쪽이 잘되는 방향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관리 치중 문화 거부감 초래-순혈주의 부작용도"

반면 CEO 출신 삼성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제기됐다. 특히 삼성이 서울아산병원을 넘어, 진정한 국내 병원계 1위에 등극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병원의 C 교수는 "아산 문화는 자발적이다. 교수들한테 누가 시키고 관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우리는 1등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1등이 됐고 그렇게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삼성은 관리의 문화가 강하다. 신임 사장이 혹 교수들한테 돈을 더 주면서 동기부여를 한다고 해도 관리에 치중하면 모든 것이 의사들 손 끝과 마음에서 이뤄지는 병원 특성상 1등의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관리나 규제를 싫어하는 의사들의 사보타지는 의외로 눈에 안띄면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중간 관리자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삼성이 초창기에는 교수들 처우 등 복지가 획기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혜택이 자꾸 줄어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런 것도 의사들 사기 진작에 영향을 미쳤다"며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가도록 해야지 만약 끌고 가겠다는 인식이 앞서면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니어급 D 교수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했다. D 교수는 "이번에 진료과장 인사에서 젊은 사람들로 많이 바뀌었는데 6년 전 이종철 원장이 됐을 때도 젊은 사람들로 대거 물갈이 됐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람만 젊어진다고 해서 조직 문화가 바뀌는게 아니다. 대다수 서울대 출신 위주의 의사들 순혈주의가 아산보다 심한 것 같고 이로 인한 내부경쟁 부재가 삼성의 정체를 가져온 요인 중 하나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제조업과 달리 의료는 의사의 손 끝에서 모든 게 이뤄진다. 위에서 조지고 따라 오라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보편적으로 의사들은 소리나게 단계적으로 하면 반발이 심하다.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전문직을 인정하며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덧붙여 "삼성이 잘되는게 아산한테도 좋고 결국에는 우리나라 의료 발전 및 국민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순범기자 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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