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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발목 잡히는 의사 부지기수"
[ 2011년 11월 29일 02시 54분 ]
“국제 학술대회라고 모두 대단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창피해 발표할 수 없는 내용을 듣고 놀란적이 부지기수다. 실력이 좋은 국내 의사들의 국제활동에 영어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외국 의사들이 공식석상과 실생활에서 구분해 사용하는 영어와 그 속에 담긴 문화를 체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최중섭 교수(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사진]는 “실력과 열정이 뛰어난 국내 의사들이 외국 의사들과의 의사소통에 자신감만 있다면 한층 폭넓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중섭 교수는 최근 한국인 최초로 미국부인과내시경학회(American Association of Gyencologic Laparoscopist, AAGL)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상임이사로 선출됐다.

앞으로 최 교수는 세계 60개국 4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미국부인과내시경학회에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을 대표해 오는 2년간 활동할 예정이다. 미국부인과내시경학회 상임이사회는 대륙별 대표 4명으로 구성된 소수 그룹이다.

최중섭 교수의 이번 상임이사 선출은 적극적인 연구 및 학회 활동과 자신감 넘치는 발표, 폭넓은 인맥 관계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최 교수는 “지난 2004년 학술대회에서 미국 의사들이 아주 단순한 수술을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최중섭 교수는 지난 2005년, 그의 이름을 딴 수술법을 학술대회장에서 발표했다. 그가 발표한 내용은 기록할만한 연구내용으로 선정돼 미국부인과내시경학회 복강경학회지에 게재됐다.

최 교수는 “미국 의료계에서 강조되는 매뉴얼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굉장히 획기적인 내용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것이 한국 의료에 대한 이미지”라면서 “내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것은 외국인과의 의사 소통을 겁내지 않고 실제 발표로 연결시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외국 의사들이 중국 의사들의 실력을 인정하지만 이들은 한국 의사가 중국 의사보다 더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하나 같이 ‘한국 의사들의 문제는 영어’라고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꾸준한 연습과 준비를 통해 지난 7년 동안 미국부인과내시경학회에서 논문 6편과 20~30편의 구연발표를 했다. 지난 2010년 학술대회에서는 최 교수의 제자들도 참여해 한국인 구연발표만 9편이 진행됐다.

최 교수는 “처음과 마무리 인사에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어떤 옷을 입을지 등 섬세한 표현 방법을 고민하고 국제적 감각을 익히는데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기에 제자들에게 구연발표를 적극 독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나 병원에서 영어 논문을 쓸 때 전문 교정비를 지원해준다. 그러나 교정하는 사람이 의사가 아니라서 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결국 다시 확인하려면 당사자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구연 발표는 이 모든 연습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중섭 교수가 이번에 미국부인과내시경학회에서 상임이사로 선출됐다는 사실은 다양한 국적 의사들이 활동하는 이 자리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가 공고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임이사 자리를 놓고 최 교수와 경쟁을 벌인 상대가 세계 12개국 2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아시아∙태평양 부인과내시경학회 전 회장이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대만 의사들이 임원과 회장을 계속 해왔는데 이번에 미국 의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면서 “언어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외국 의사들과 관계 맺기와 유지하기다. 말없는 한국 의사 이미지를 탈피한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학술대회가 끝난 뒤 한국 의사들끼리 어울리는 문화를 배제해야 한다. 외국 의사들과 같이 식사하며 어울리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국제매너를 배워 외국 의사들과 친구가 되면 한국 의료의 우수성은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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