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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원제 도입 최대 적(敵) '정부 불신'
[ 2011년 12월 18일 21시 15분 ]
선택의원제가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시도의사회장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선택과 등록 등 독조소항을 삭제한 점을 거듭 강조하며 시도의사회장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16개 시도의사회장들로 구성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17일 경만호 집행부 취임 이래 비공개를 고수하던 회의를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협의회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매달 한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회의를 공개한 것은 선택의원제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데다, 의료계 지도자들의 명확한 입장을 회원들에게 공개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시도의사회와 집행부는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으며, 인식차가 크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급기야 최덕종 울산시의사회장은 선택의원제를 막지 못했다며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의협 집행부에 또 다른 부담 요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논란 근원은 의료계 "정부 못 믿어"

의협 집행부가 선택과 등록이라는 독소조항이 사라졌다고 재차 주장했음에도 논란이 거듭되는 이유는 의료계의 뿌리 깊은 '정부 불신'에 기인한다. 발언에 나선 시도회장들도 이런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회장 대다수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철호 대전시의사회장은 "복지부가 2년간 제도를 시행하려는 저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350억 원의 (인센티브를)주는 것을 일차의료 살리기라고 하지만, 초재진 진찰료만 조금 올려주면 가능하다"고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복지부는 행위별수가제를 바꾸려는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다. 독사과가 돼서 나중에 뒤통수 맞으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라며 "조금 더 선 보완할 내용이 있다는 논리로 시행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택의원제 담당자인 이혁 보험이사 겸 부대변인은 논란에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총액계약제와 주치의제는 가지 않겠다는 복지부 관료 인터뷰도 있다"며 "선택과 등록은 반대 의견이 있어 막았다. 정부가 의도한 주치의제를 담아가지 못해 가입자들이 반대 의견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건정심 내에서도 이 점에 불만이 많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의료계가 끌려간 것은 아니라는 해명으로 분석된다. 경만호 의협 회장도 "보완이 쉬운 게 아니다. 그렇다면 보완책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회장은 "복지부 관료를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인사이동 이후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문서로 받아도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을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인석 전북의사회장은 협의회가 제도를 반대했고, 진료과 간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복지부가 제도를 강행한다면 투쟁은 불가피하며, 그에 따른 득식을 내부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방 회장은 "선택의원제로 소외되는 의원이 80%에 달할 것이다. 인센티브 또한 그 근거인 환자관리표를 제출하지 않고서는 받을 수 없다"며 "인센티브를 받지 않더라도 관리표를 제출하지 않는 방안이 필요하다.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태 전남의사회장은 "처음부터 거부하자고 했다. 더는 할 말이 없다"며 제도가 확정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은 의료계의 근본적인 대정부 대응방식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그는 "정부가 제도를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해서 무조건 가는 게 아니다. 시대 흐름이 바뀌었다"며 "이런 식이면 우리는 계속 (정부의 요구를)들어줄 수밖에 없다. 잘잘못을 떠나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덕종 울산시의사회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회장단 연석회의에서 어떤 형태이든 제도를 거부한다고 결정했다"며 "회원들은 반대로 알고 있었는데, 집행부가 갑작스럽게 수용해 당혹해하고 있다. 이사진이 많이 노력했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집행부를 겨냥했다.

최 회장은 정부가 제도의 근간을 바꾸지 않고 시행하려 하며, 환자관리표를 우회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명칭과 방식을 바꿨다고 했지만, 선택의원제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불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선택과 등록, 환자관리표 등 모두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며 "이 제도는 결국 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로 가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남호 인천시의사회장은 "강력하게 선택의원제를 반대하기로 했다. TF 회의도 하지 않고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느냐"라며 집행부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집행부의 선택의원제 해명자료에 일부 내용이 삭제된 배경을 캐물었다.

김 회장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극렬투쟁하자고 해서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자 했다. 여기 회장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며 "예전 의약분업 사태를 보면, 전임 집행부가 도장을 찍어줘서 족쇄가 됐다. 앞으로 커다란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아직 늦지 않았다. 내년 4월 시행에 대해 우리가 계획했던 것처럼 반대를 선언하고, 회원들을 다 잡아 투쟁을 천명하도록 요구한다"고 집행부를 압박했다.

김제형 대구시의사회장은 김 인천시의사회장의 뜻에 동조하며 "이런 우려는 정부의 명분과 본심이 다르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라며 "의약분업 때도 어차피 시행될 제도라는 인식이 있었다. 의약분업 이후 첫 해에는 수가가 좋았지만, 결국 1년 만에 수가를 대폭 깍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번 제도가 시행되면 중간에 변질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그래서 처음부터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며 "지역 전체의 민심이 (반대라는 것을)알고 끌고 나갔으면 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부 회장은 정부가 믿음을 주려면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제도 시행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회장들의 연이은 문제 제기에 집행부는 독소조항을 삭제한 것은 분명하며, 향후 벌어질 상황을 주도면밀이 지켜보겠다며 협조를 재차 구했다.

이혁 이사는 "내년 1월에 시행될 제도를 4월로 연기했고, 인센티브는 아직 설계한 것이 없다"며 "환자관리표는 분명히 없어졌다. 다만, 적정성 평가는 학회에서 표준진료기록부를 받아 지침을 만들고, 개원가에 가이드라인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청구프로그램 또한 법적으로 포괄적 권한을 갖지 않는다. 정부에서 모니터링을 이유로 환자관리표 요구했다"며 "환자 본인부담금 20~30% 낮추는 부분에서 자격 확인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변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선택과 등록, 신규 개업의사의 진입 장벽이 들어온다면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며 "소외된 과에 대해선 모니터링해 보상을 줘야 한다. 회원의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재차 회장단을 설득했다. 정책실명제 도입에 대해선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만호 "복지부 장관도 의료계 입장 따르겠다고 했는데…"

집행부의 끈질긴 해명에도 시도의사회장들은 의심을 끈을 놓지 않았다. 김남호 회장은 제도의 정확한 민심을 파악하기 위한 회원투표를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자 경만호 의협 회장은 "지독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현 상황을 규정했다.

김남호 회장은 "선택과 등록, 신규 개업의사의 장벽이 없다고 말하지만 기존 의료기관은 환자를 안 뺏기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질 낮은 의료가 이뤄지 수밖에 없다. 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로 넘어가기 쉽다"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인태 회장은 "현 집행부는 내년 4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언제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방인석 회장은 "제도에 소외된 진료과에 대한 개선 문제는 1년 이상이 지나야 한다"며 "해당 진료과들이 그전에 보완책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라며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경 회장은 "지독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지부도 과거처럼 그렇지 않다"며 "독소조항을 없애면 된다고 생각했다. 장관을 만났는데 확실하게 의협 의견에 따르라고 지시했다"고 시도회장들을 설득했다.

그는 "지난 7일 독소조항 삭제가 받아들여졌고, 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와는 관계가 없다"며 "두 제도는 지금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복지부가 분명히 했다. 사실 수가제도를 냉정히 따져 보면, 지금도 총액계약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건정심 회의 때 기록을 남겼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 회장은 "선택의원제가 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로 간다는 것은 비약이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일부가 그런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당초에 주장한 5가지 독소조항을 풀었는데 지불제도와 연관시키나. 집행부가 할 일이 없어서 회원에게 손해되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 회장은 "색안경을 끼고 보면 끝도 없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진찰료 역시 올리려면 가입자가 문제를 제기한다. 쉬운 게 아니"라고 했다.

경 회장이 거듭 해명했음에도 김남호 회장은 회원투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최덕종 회장은 "시도회장들이 거의 반대하지만, 집행부는 수용한 것"이라며 "지금 단호히 말한다. 집행부는 설득하지 못했으며 시도의사회장단회의 사표를 내겠다"며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카드수수료 인하와 서울시 보건진료소 확대 문제, 진찰료 상대가치점수 단일화 등 의료계 핵심 의제들도 다뤄졌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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