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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도 하기 전에 삐걱대는 연구중심병원
[ 2011년 12월 21일 03시 07분 ]
우리나라 병원계 판도를 좌우할 연구중심병원 사업이 출발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 및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연구중심병원 성장 지원을 위한 R&D 전략기획 과제'를 공모했다.

연구중심병원 본 사업에 앞서 각급 병원들이 낸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사전에 사업 진행 방향성을 가늠해 보겠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정작 내년 예정된 본 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복지부가 연구중심병원과 관련해 신청한 예산이 기획재정부 예산타당성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내년 집행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여러 차례 병원들에게 공지한 대로 아직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현재는 2013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정부예산 9763억원, 민간부분 1조 4170억원을 유치, 총 사업비 2조 3966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복지부는 예산 편성과는 별도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중심병원 선정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연구중심병원 지정공고를 내고 선정할 예정”라며 “예산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내후년 예산에 편성되면 병원들이 본격 사업에 뛰어드는 2013년부터는 지원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연구중심병원 지정에 따른 제도적 지원 방안으로 범부처 차원에서 세제혜택 및 인건비 등 R&D 간접 경비율을 3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핵심 관계자는 “내년 예산에도 편성되지 못했는데 그 다음해라고 반드시 될 것이란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연구중심병원을 향해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하더라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없다면 결국 또 다시 진료에만 목 매달 수밖에 없는 만큼, 위험부담을 감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도적 지원 장치를 더욱 늘리든, 예산에 대한 확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방침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등장했다.

이미 연구중심병원 선정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제도적 문제에 왈가왈부할 수 있겠냐”며 “그냥 병원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 속편하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진료중심 구조에서 연구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 자체가 내부 구성원들의 합의와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데, 정부만 믿고 기다려서는 ‘될 일도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 병원 고위 관계자는 “연구중심병원은 병원이 정해 놓은 목표였던 만큼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정부 역시 병원들의 이러한 노력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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