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09월30일wed
로그인 | 회원가입
OFF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박애·봉사·애국' 길병원 53년史
[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
“추운 날 환자 몸에 청진기가 닿을 때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도록 가슴에 청진기를 품고 지낸 의사가 있다.”

국내 최고의 석학으로 꼽히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지난해 어느 강연에서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작은 일이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길여 회장은 1958년 이길여 산부인과(구 자성의원)로 의료계에 발을 디딘 이래 ‘보증금 없는 병원’, ‘자궁암 무료검진’ 등 다른 가치보다 환자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길여 산부인과를 전신으로 하는 현 가천의대 길병원은 이런 이길여 회장의 정신을 쫒아 “박애·봉사·애국”을 모토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자궁암이 무엇인지 모를 때부터 무료검진

길병원이 진행하는 대표적인 봉사활동인 자궁암 무료검진은 올해로 52회째를 맞았다. 이길여 회장이 처음 시행할 당시 여성들은 암 뿐 아니라 간단한 질환에 대한 지식이 낮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이길여 회장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무료검진을 시작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검진인원이 해마다 늘었고 지난해까지 무료검진에 참여한 인원만도 11만5천160명에 달한다.

검진을 통해 종양을 조기에 발견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검진에서 암의 초기 단계인 종양을 발견한 허모(57·인천시 남구 주안동)씨는 1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치료해 길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고 있다.

허 씨는 “걱정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섰다”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어 너무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길여 회장은 “여성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가치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며 “가천의대길병원이 지역주민의 사랑으로 발전해 온 만큼 앞으로도 100년, 200년 동안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보증금 없는 병원

이길여 산부인과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당시 관행이던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증금이란 환자가 치료만 받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선수금이다. 60~70년대는 이런 관행이 널리 퍼져 있어 빈곤층 고충이 심했다. 이 원장은 과감하게 보증금을 받지 않고 진료를 시작했다.

더러는 돈을 받았고, 간혹 떼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돈 대신 생선 등 현물을 가져와 병원 안에 수북이 쌓이기도 했다.

다른 병원들이 무모하다며 비웃었지만 이것이 길병원에 환자가 끊이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환자들이 병원 문을 못 닫게 버티곤 했다”며 이길여 회장은 회고한다.

▲해외 심장병 환아에게도 도움의 손길

“심장병 베트남 주부 수술받기 위해 내한” 1992년에 발행된 한 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이 베트남 주부를 치료한 것은 다름아닌 길병원이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던 한국 기업인으로부터 사정을 들은 한국 여의사회원들이 길병원에서 수술을 하도록 주선한 것이다.

이처럼 심장병 관련 후원은 길병원이 16년 전부터 시행해 온 대표적인 해외 봉사활동이다. 특히 생활수준은 낮지만 치료비는 비싼 국가 어린이에게는 병원 문턱이 높기만 하다.

이에 길병원은 1996년부터 우즈베키스탄등 국외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의료봉사를 시행해 지금까지 총 233명에게 새생명을 나눠줬다.

또 2007년부터는 인천시 아시아권 자매도시 지원 협약에 따라 카자흐스탄 알마티, 베트남 하이퐁시, 필리핀 마닐라시 등을 방문해 심장병 무료검진 등 의료봉사를 해 총 35명 어린이들을 도왔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바튼주를 찾았다. 총 3일에 걸쳐 어린이 250명의 심장병 유무를 진료해 이 가운데 수술이 시급한 어린이 6명과 보호자, 인솔의사 등 13명을 길병원으로 초청해 진료를 하고 있다.

또한 의료봉사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바튼주 무지개한글학교에 학습기자재 일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들을 돕고 있다.

인도네시아 바튼주 관계자는 “인천시와 길병원의 현지방문을 통한 의료봉사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 지속적인 의료봉사를 통해 많은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

길병원 이태훈 원장은 “박애·봉사·애국은 국가와 인종을 넘어 전 인류가 대상이다. 앞으로도 국내외 심장병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루트로 봉사 일상화

물론 국내의 어려운 사람도 잊지 않고 있다. 의사들이 중심이 된 심장병 무료검진, 간호사들이 매년 여는 1004데이, 의료는 아니나 꼭 필요한 도움인 김장 담그기, 청소년들에게 봉사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등 길병원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심장병 어린이 무료검진은 심장 기형이나 기능 이상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까지 이어지게 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영유아보육시설을 주 대상으로 한다.

길병원 의료진은 지난 7월 경기도 내 영유아보육시설 경동원을 방문해 시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심초음파검사 등 1, 2차에 걸친 검진을 실시했다. 이상 소견이 나온 2명에 대해서는 후원단체와 협력해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수술을 실시할 계획이다.

간호사들도 이에 지지 않는다. 길병원 간호부는 2006년부터 매년 10월 4일 천사(1004)데이를 맞아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다.

올해는 10월 4일 인천지하철 시청역 등 4개 역사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건강상담과 혈압·혈당검사,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했고 6~7일 사흘에 걸쳐 시민 건강검진 및 ‘사랑과 행복이 있는 바자회’를 열었다.

해마다 한차례씩 열리는 바자회는 올해도 병원 임직원과, 환자, 보호자 및 시민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길병원 간호부는 바자회 수익금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바자회가 열린 6일에는 간호사들이 직접 병실을 방문해 여성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얼굴에 미용을 위한 팩을 해주는 ‘마사지봉사’도 진행했다.

길병원 간호사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6년부터 의료복지 시설인 성녀 모니카의 집(인천광역시 구월동)에서 요양 중인 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김장 나누기’ 봉사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벼룩시장 행사에서 얻어진 수익금으로 배추 300포기를 구입한 후 봉사활동 현장에서 담아 전달했으며 목욕봉사와 혈압 및 혈당 측정, 건강상담 등 진료 봉사도 함께 진행했다.

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자원봉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5년 발족한 가천미추홀 청소년봉사단은 여름방학 동안 이웃사랑과 봉사를 몸으로 체험하기 위해 가천의대길병원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따라 각 병동과 의무기록실, 내시경실, 건강관리과 등에서 사랑의 손길을 나누고 있다.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에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 사회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취지다.

봉사단 관계자는 “짧은 방학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가천의대길병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체험위주의 봉사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느끼고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방학이면 매번 봉사활동에 참가해왔다는 한 중학생은 “작은 것에 고마워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분들, 그리고 기뻐하는 어린환자들을 보면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다”며 “아픔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난 즉각 대응 '국제 119'

이웃돕기 등 봉사활동은 연말연시 등 흔히 말하는 '봉사철'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길병원의 봉사는 즉각적이고 거침이 없다.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5년 파키스탄 지진, 2006년 인도네시아 지진, 2010년 연평도 등 재해 등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은 환자들 곁에는 길병원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이 일어나자 길병원은 다음해 1월 5일 의사와 간호사 등 20여명 의료진을 꾸려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파견했다. 2005년 10월 8일 파키스탄을 지진이 강타했을 때도 14일에 의료진 25명을 급파했다.

2006년 9월 27일 인도네시아 지진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의료팀 10명을 10월 1일부로 파견했다. 당시 의료지원단 최창휴 단장은 "언론을 통해 참사 현장을 보고 도움이 시급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우리가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보탬과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많은 재난 구호를 거치며 닦은 실력은 2010년 연평도 피격사건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건 당일 의사 2명, 응급구조사 1명을 연평도에 파견하는 한편 인천 찜질방에 임시 의료소를 열고 피신한 주민 중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20여명에게 휴대용 혈압기를 제공했다.

이러한 길병원의 신속한 의료지원은 국위선양 및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05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유형탁기자 yhtmedi@dailymedi.com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명지병원, 故 이건희 회장 주치의 이강우 교수(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영입
대전성모병원 김동기·이동창 교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최우수 구연상·최우수 포스터상
조재우 교수(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대한골절학회 최다논문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백현욱·의무이사 오동호·정보통신이사 유소영外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 김성진·부위원장 이준희·장춘곤 外
배기수 교수(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제100회 어린이날 옥조근정훈장
이병훈·심재앙 교수팀(길병원 정형외과), 대한골절학회 올해 우수 구연상
남가은 교수(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한국여자의사회 제4회 젊은의학자 학술상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김성중(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최정웅 영경의료재단 전주병원 이사장, 아동보호사업 기금 4000만원
김영주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제13회 한독여의사학술대상
박찬흠 교수(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상
조수진 교수(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제26회 JW중외학술대상
서정건 연세서내과 원장 장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