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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28일 08시 38분 ]
의과대학 교수가 병원 과장이 된다면?
협력병원 교원 문제 그 논란의 시작

취재 : 김선영·김도경 기자

하루아침에 의과대학 교수가 병원 과장이 된다면? 대학 협력병원 교수 지위에 바람 잘 날이 없다. 학회 활동을 주축으로 돌아가는 의료계에서 교수 지위는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료와 더불어 교육과 연구라는 대업(大業)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최신 지견을 통해 국내 의료계 경향을 선도하는 사람들이 교수이며 굵직한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영향을 행사하는 이들도 교수다. 이처럼 명예직에 가까운 의대 교수 직함에 현재 일부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대학 부속이 아닌 ‘협력병원’ 체제로 운영되는 의료계 관행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이에 따라 주무 부처인 교과부와 의학계가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논의, 법적 근거들을 마련해 놓았다. 더욱이 대법원 판결이 마무리된 시점이기에 국회 통과 여부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이처럼 흔들리는 협력병원 교수 지위 논란을 데일리메디가 집중 분석해봤다.

병원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 협력병원들이 차가운 겨울을 맞았다. 일부는 소속 교수들이 전임교원 직함을 내려놓고 병원 과장이란 타이틀로 바꿔 달아야 할 형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립대 의과대학 중 을지의대를 비롯 일부 의대는 소속 교원을 학교법인(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 파견해 겸직허가 또는 근무지 지정 등의 형태로 진료 및 교육, 연구를 담당토록 하고 있다.
7개 사립의대의 10여개 협력병원에 약 1600명의 교원이 ‘병원 외래진료 전문의’와 고등교육법상 ‘전임교원’이라는 이른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셈이다.
가천의대(길병원), 관동의대(명지병원, 제일병원), 성균관대(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울산대(서울아산병원, 강릉아산병원), 을지대(을지병원, 금산을지병원), 한림대(강동성심병원), 차의대(차병원, 차의과대분당차병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2007년 감사→2011년 대법원 판결
논란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8월부터 11월 말까지 교육과학기술부는 을지대학교에 대한 회계 검토 및 부분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교과부는 의료법인 을지병원 전속 전문의들이 을지대 전임교수로 이중 지위를 갖는 것에 문제가 있단 판단을 내렸다. 교과부는 을지대를 설립·운영 중인 학교법인 을지학원에 시정조치를 통보했다.
을지병원에 파견 형태로 근무 중인 교수들을 의과대학 및 대학 부속병원에서 활동하도록 하거나 겸임교수로 활용하라는 조치였다. 이는 결국 협력병원을 학교법인 산하 대학 부속병원으로 전환시키거나 겸임교수, 즉 대학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얘기다.
당사자들에게는 전임교수로서 누렸던 명예와 함께 사립학교교직원 연금을 비롯한 다양한 권리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단 의미이기도 하다.
당시 을지대와 함께 지적을 받았던 순천향대(학교법인 동은학원)는 2008년 3개의 협력병원을 모두 학교법인인 대학 부속병원으로 전환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반면 을지대는 감사결과처분요구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안은 법적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을지학원은 “의대교육 과정에서 임상실습교육이 차지하는 중요성 등을 감안해 2차 의료기관인 을지병원에서 이를 충실하게 하기 위해 임상교육 전문의를 파견한 것”이라며 “파견 임상교육 전문의는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외래환자 진료행위를 병행하는 것에 불과하고, 을지병원에는 일반 전문의도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협력병원 파견 임상교육 전문의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전임교원 주당 수업시간을 지켜왔으며, 다른 사립의대 협력병원 유사 사례를 들어 사건 처분에 앞서 전국 의대 교원운용현황에 관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란 의견을 내세웠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은 매 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15조(교직원의 임무)에서 교원은 학생을 교육ㆍ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학문연구만을 전담할 수 있다고 규정짓고 있다.
또 제17조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학교에 교원 외 겸임교원·명예교수 및 시간강사 등을 둬 교육 또는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는 ‘겸임교원’ 조항도 별도 마련해 놓았다.

‘임상교육ㆍ연구’ 뒷전-‘외래진료’ 중심 전문의가 무슨 전임교수?
지난 10월 대법원은 4년간 끌어온 이번 소송에 쐐기를 박았다. 교과부 처분이 정당하다는 원심이 옳다며 끝내 교과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파견 임상교육 전문의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과대학 교원들과 비교해 볼 때 과연 전임교원으로서 학문연구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12시간 넘게 임상실습교육을 했지만 병원 내 전체 업무시간에 비춰볼 때 주 업무는 외래진료라는 지적이다.
외래진료가 의과대학 실습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고려되지 않고 단순 영리행위로만 판단 내려진 셈이다.
교원의 영리행위는 원래 학생의 교육·지도와 학문 연구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소속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겸직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을지병원 파견 전문의에 대해선 이를 준수치 않아 허용되는 영리업무 및 겸직행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및 서울대병원 설치법에서 겸직금지 의무 특례가 적용돼 을지병원 역시 유추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야말로 국립대병원과 서울대병원 교원에 해당되는 특례일 뿐이며 오히려 대학 부속병원 이외의 다른 병원 겸직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는 해석이다.
또 법원은 을지학원에서 주장한 형평성 위배는 아니라고 판단 내렸지만 “여러 의과대학이 각 대학 부속병원뿐만 아니라 학교법인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의료법인에서 의료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파견형식을 빌려 학교법인 소속 교원인 전문의가 부속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의 외래진료를 병행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비단 을지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비슷한 사정의 사립의대 모두에게 적용가능하단 해석도 무리가 아닌 대목이다.

급여 수령 및 사학연금ㆍ국민건강보험 가입 등 난제 산적
을지대의 경우 파견 전문의와 전임교원 명목으로 교비회계에서 기본급, 연구비, 연구보조비, 상여금, 가족수당, 급량비, 교통비, 보직 수당 등을 지급하고 을지병원은 진료의 대가로 직책수당, 특별격려수당, 지정진료, 성과수당, 차량보조비 등을 지급했다.
특히 전문의들이 사학연금에 가입함에 따라 개인부담금, 국가부담금 및 법인부담금 등이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 국민건강보험도 해당 의사들이 을지대 사업장 명의를 통해 교원으로 가입돼 직장가입자, 사립학교를 설치·운영하는 자, 국가가 나눠서 보험료를 부담해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질적 조치가 이뤄진다면 환수와 더불어 개인부담금 부분에 대한 의사들의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송사태로까지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 해석도 나올 법하다.
판결문에서는 “파견 임상교육 전문의의 이른바 이중적 지위에 터 잡은 이중적ㆍ선택적 법규 적용, 보고 대상, 급여 수령, 사립학교교직원 연금 가입, 국민건강보험 가입 등은 모두 적법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대법원이 을지병원 의사들의 교수 신분을 불인정한다는 판례가 나옴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 협력병원 전임교수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의과대학에서 전임교수 확보는 교육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지만 현행 법과의 괴리와 남발에 따른 문제는 의료계에서 어쩔 수 없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한 사립의대 교원은 “그동안 일부에서는 경영 논리가 교육 논리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도 적잖았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 등을 계기로 의과대학 전임교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재고해봐야 하는 것은 분명해 졌다”고 강조했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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