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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병' 새 평가기준 후 8개월 대장정
[ 2011년 12월 30일 01시 06분 ]
2011년 4월 보건복지부의 평가기준 제시로 시작된 2012년도 상급종합병원 지정 일정이 마무리됐다. 건국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이 상급종합병원 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및 일산백병원, 을지대학교병원이 자리를 내준 2012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일정을 시간 순으로 되짚어 봤다.
복지부, 강화된 평가기준 제시로 병원들 긴장
복지부는 2012년 4월 전문진료질병군 구성 비율을 최하 12%에서 최고 30%로 규정하고 환자구성 상태에 따라 60% 가중치를 부여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규정’을 제정, 고시했다. 지난 2008년 평가 시 적용됐던 12%~20%, 5개 등급별 점수부여 방식보다 강화된 평가 방안에 병원들은 긴장했다.
복지부는 당초 전문질병군 상한선을 40%로 높여 잡았으나 병원계의 반발을 받아들여 최고 비율을 30%까지 낮춰 잡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새로운 평가 기준에 따라 2012 상급종합병원 신청 병원들은 2010년 하반기와 2011년 상반기 1년간의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구성 비율이 30% 이상인 경우 10점, 12%인 경우 6점의 점수를 부여받고 이외의 수치는 함수를 적용해 소수점 2자리까지 산출해 평가받았다.
건대·고대안산·명지·의정부성모·화순전남대·공단일산 도전
2011년 8월 1일 마감된 상급종합병원 신청 결과 기존 44개 병원과 더불어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건국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명지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화순전남대병원이 도전장을 내밀어 총 50장의 신청서가 접수됐다. 지난 2008년에는 이보다 1곳 많은 51개 의료기관이 도전해 7곳이 탈락의 쓴잔을 마신 바 있다.
2008년 탈락의 아쉬움을 맛봤던 건대병원과 고대안산병원은 탈락 7개 의료기관 중 유이하게 재도전 의사를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2008년 탈락해 재도전이 예상됐던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삼성병원, 강릉아산병원, 원자력병원, 한강성심병원 등 5개 의료기관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 의료계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유력한 신규진입 후보로 거론됐던 강동경희대병원의 경우 신청서 미제출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강동경희대병원은 “3년 전과 달리 병원의 지향점이 달라졌다. 지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3차병원 인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정감사 중 단순질환 치중 11개병원 공개
복지부가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던 9월 말. 국정감사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탈락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순질병군 진료 비율이 높은 상위 11개 병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병원계에서는 새로운 판도에 대한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국정감사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희목 의원(한나라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해 전체 44개 상급종합병원 중 단순진료 비율이 높은 11개 의료기관의 명단을 발표했다.
[표2 : 단순진료질병군 비율이 전문진료질병군 비율보다 높은 기관]
새롭게 도전하는 병원들이 전문질병군 진료 비중을 높였다는 점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었던 상황에서 국회를 통해 자료가 발표되자 나름의 산법을 활용해 탈락 여부를 가늠해보는 병원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됐다.
전문질병군 진료비율은 11%에 불과했지만 단순질병군 비율이 18.6%에 달하며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표적 병원으로 평가받은 서울백병원은 평가가 진행 중이던 10월 병원장이 직접 나서 “2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일찌감치 스스로 탈락을 예고했다. 2008년 어렵게 지정된 병원이나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던 일부 병원에서도 탈락을 예감하는 목소리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자진반납 서울백·씁쓸 일산백·충격 을지대병원
당초 11월 중 발표 예정이었던 신규 상급종합병원 지정 결과가 12월 16일 발표되자 병원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스스로 탈락을 예고하며 평가 신청을 철회한 서울백병원이 서울권에서는 유일한 탈락 병원이 됐고 일산백병원 그리고 을지대학교병원이 명단에 들지 못했다.
서울백병원은 ‘탈락’이 아닌 ‘반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병원 관계자는 “서울 한 복판에 자리 잡은 지리적 여건상 3차병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 유치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입원보다는 외래환자 유치에 더 많은 공을 쏟으며 변화에 주력하겠다”는 말로 쓰라림을 달랬다.
백병원 계열인 일산백병원의 경우 설마가 현실이 됐다. 병원 측은 전공의 확보 비율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그 어떤 곳보다 진입 경쟁이 치열했던 경기서부권이라는 권역적 특성도 한 몫 했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일산백병원이 속한 경기서부권에서는 공단일산병원과 명지병원이 기존 5개 병원과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진료량에 비해 병상이 많다고 판단한 복지부가 경기서부권 소요 병상 수를 줄이면서(86병상 감축) 경쟁이 격화됐다. 전공의 확보가 어려웠던 일산백병원은 신규 진입을 노리는 병원과 경쟁을 벌였지만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산백병원 관계자는 “오히려 지역 주민들에게 접근하기 쉬워진 것 아니냐”며 2차병원의 장점을 내세우면서도 “부족했던 점을 검토해 다시 도전하겠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자체평가 결과 합격을 예상했던 을지대병원의 충격은 어떤 병원보다 컸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답변 외에 별다른 반응도 없었다. 사실 충남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단국대부속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충남대병원, 을지대병원이 지역 밀착형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어 탈락자가 배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을지병원 관계자는 “평가 결과를 분석해 무엇이 문제였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시종일관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신규 진입병원 “과감한 투자와 변화, 당연한 결과”
와신상담(臥薪嘗膽), 권토중래(捲土重來), 일취월장(日就月將) 그 어떤 수식어가 신규 지정 병원의 노력을 대변할 수 있을까. 새롭게 상급종합병원 타이틀을 거머쥔 건대병원, 고대안산병원, 화순전남대병원은 지난날의 아픔을 잊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과감한 투자로 약진에 약진을 거듭했다.
스타급 의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중증환자 비율을 꾸준히 높여온 건대병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2012년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목표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지속해왔다. 2008년 지정에서 아쉽게 탈락한 점도 투자와 발전을 독려한 원동력이 됐다.
건대병원 측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고 건대병원이 어떤 병원과 경쟁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에 올라왔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 “상급종합병원 그 이상을 목표로 준비했기 때문에 앞으로 꾸준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대안산병원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계기로 시설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건대병원과 마찬가지로 2008년 진입에 실패한 후 중점적으로 중증도 관리에 공을 들인 것이 주효했다는 자체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병원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병원 측은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시설적인 면에 많은 투자를 해 장기적 관점에서 병원 운영 계획을 세워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원 7년 만에 지역사회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며 무혈 입성한 화순전남대병원은 “현재 65%를 기록하고 있는 지역 암환자 유치율을 재평가를 받는 3년 후에는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지난 2004년 개원 시부터 암 치료에 집중한 화순전남대병원은 수도권 병원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치료장비와 의료진을 앞세워 지난해 6대 암 수술실적 평가에서 지방병원으로 유일무이하게 전 부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상급종합병원급 실력·도덕성 요구
2012년부터 3년간 상급종합병원 자격을 유지하게 될 병원들은 재지정 성공의 기쁨도 잠시 3년 동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더욱 많아졌다.
특히 중증환자 비율은 병원들이 각별히 신경써야할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배금주 과장은 “지정 중간 시점에서 중증환자 비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바로 자격 요건을 즉시 박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년도 국정감사 공개 자료에서 밝혀졌듯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최소비율 12%를 지키지 못한 병원이 2010년 4개 기관이나 있었고 중증환자와 경증환자 비율 역전 현상을 보인 곳도 11개 기관에 이르는 만큼 중증도 관리에 꾸준한 노력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와 간호사 수 대비 연평균 입원환자 수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것도 상급종합병원 자격 요건 유지의 필수 요건이 되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던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서도 상급종합병원 지위에 걸맞은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 복지부 배금주 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리베이트와 관련한 범법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 지정을 취소하거나 보류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번에 상급종합병원 도전에 성공한 한 병원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에게 도덕적 청렴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병원계에도 몰려오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탄이 되겠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내·외부적으로 신경써야할 일이 하나 더 늘게 생겼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놨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겨울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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