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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한국사회 뒤흔든 의료관련 사건
[ 2012년 01월 02일 03시 18분 ]
한 해 마무리를 앞둔 11월. 이상하게도 사회 곳곳에서는 어두운 모습이 유독 자주 포착되곤 한다. ‘11월 괴담’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이 하루 이틀 내 번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11월 괴담이 의료계에도 있는 것일까. 구랍 2011년 하반기에는 의료계 안팎의 사건 사고 전말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충격파를 안겨줬다. 병원 경영 악화가 화근이 돼 역대 최대 규모의 보험사기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급성 환자들의 궁박한 마음을 악용, 해외 원정 장기매매가 성행하기도 했다.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시신 영업까지 이뤄졌다. 이처럼 살 떨리는 일들로 사회면 1면을 장식하게 된 의료계 안팎의 사건 사고를 데일리메디가 모아봤다.

*3개 병원장 연루 역대 최다액ㆍ인원 보험사기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보험사기 사건이 11월 터졌다. 허위입원으로 150억대 보험금 및 요양급여비를 편취한 3개 병원장을 비롯해 보험사기 피의자 410명이 줄줄이 검거된 것이다. 보험사기 행각이 벌어진 곳은 다름 아닌 강원도 태백.

화근은 역시나 병원 경영 적자였다. 이곳 일부 병원들은 지역 인구 감소와 시설ㆍ장비 노후 등으로 환자가 줄어들자 경영난에 허덕이게 됐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병원 3곳은 통원치료 환자만으로는 정상 운영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허위입원 환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결국 극약처방으로 이른바 차트환자를 유치하거나 통원치료 가능환자를 허위로 입원시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당청구하는 방식으로 요양급여비를 편취했다. 금액만 무려 17억1000만원에 달했다. 이 병원들은 실제 입원치료 능력이나 여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입원 환자와 결탁, 실질적인 입원치료 없이 입ㆍ퇴원확인서를 발급해 줬다.

이러한 불법 행태가 지속되자 3개 병원에서 입원치료 받은 환자 95%는 다 가짜이며 이 지역에서 ‘보험금을 못 타 먹으면 바보’라는 소문까지 돌기에 이르렀다. 결국 제보를 받은 경찰은 금융감독원과 보험협회 등과의 공조를 통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간호사 없는 병원서 엉터리 진료차트 작성 17억 편취
이들 병원의 운영 실태는 가히 혀를 내두룰 정도로 대담했다. 3개 병원 모두는 형사처벌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간호기록부 자체를 작성치 않았다.

특히 2개 병원은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 1명만이 상주해 있었고 야간 당직 간호사도 없었다. 연평균 1일 입원환자를 2.5명 나눈 수만큼 간호사가 있어야 하지만 이 같은 의료법을 지킬 리 만무했다.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링거주사 처방도 없이 물리치료와 근육주사 처방이 전부였다.

개인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가 장기간 입원한 경우는 전무했고, 경찰 압수수색 당시 H 병원은 진료차트 상 입원환자(76명)와 실제 환자 수(11명)의 차이가 컸다.

강원지방경찰청 측은 “J 병원은 난방이 되지 않아 입원환자 스스로 전기장판을 가져와 병실 생활을 해야 하는 실정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허위 진료차트 작성도 교묘했다. 진료차트를 살펴보면 대부분 입원 당일 미리 입원기간을 3주로 정해 임의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 이미 입원기간 및 치료사항이 작성돼 있거나 입원기간 일주일이 경과했음에도 치료사항이 작성돼 있지 않는 등 그야말로 엉터리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같은 입원사유로 H 병원에서는 우측발 염좌상, J 병원에서는 좌측발 염좌상으로 기재된 경우가 있었으며 입원사유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장기입원 환자의 입원기간 중 통화 및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한 바 대부분이 병원에서 생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희대의 보험사기극에서 나타난 허위입원 유형(총 403명)은 입원 당일에만 진료를 받고 집에서 생활한 차트환자형(25.5%), 입원처리 후 가끔씩 병원에 들러 식사 또는 물리치료를 받은 출·퇴근형(41.5%), 외출·외박을 하지 않고 장기간 병원생활을 하는 나이롱 환자형(33.0%) 등으로 파악됐다.

편취금액은 500만원 이하 35명, 1000만원 이하 46명, 1000~3000만원 149명, 3000~5000만원 74명, 5000만원 이상 66명, 1억원 이상 33명이었다.

병원-전ㆍ현직 보험설계사-지역주민 ‘검은 커넥션’
병원들과 전·현직 보험설계사, 지역 주민들은 물고 물리는 관계를 통해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죄의식을 잃고 그 횟수를 늘려나갔다.

H 병원의 경우 원장실과 사무장실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입원기간 중에는 동사무소에 가서 등본도 떼지 말고, 비행기도 타지 말고, 신분증 내는 일과 카드도 쓰지 말라”고 교육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S 병원 입원 환자 중에는 보험설계사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가 70%에 달했으며 나머지는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유치한 환자들이었다.

경찰청 측은 “직접 보험사기에 가담한 병원 관계자의 친인척 및 지인 또한 10명”이라며 “이번 사건의 특징은 부부·자매·아들·딸·사위·며느리·이모·조카 등 친인척 및 지인들을 통해 집단적으로 가담한 사례가 많다는 점”이라고 피력했다.

이는 대부분 전·현직 보험설계사 70여명이 보험 영업을 위해 동일한 범행 수법을 전수하고 병원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돼 외지인들까지 원정입원(10%)하기도 했다.

보험범죄 유혹에 걸려든 이들은 대부분 여성 및 40~60대 주부로 무직·일용직 비율이 높아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이 보험사기 늪에 빠지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경찰청은 “소규모 병원들의 운영 실태에 대해 보건소 등 감독기관의 실질적인 지도·점검이 강화돼야 한다”며 “병원들의 요양급여비 청구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점검·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선영기자 kys@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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