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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행정타운 공무원들 '출퇴근 전쟁'
[ 2012년 01월 05일 02시 48분 ]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근무하는 K(35세)씨는 매일 아침 출근이 전쟁과 같다. 아침 7시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5시면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6시 30분에 남편을 깨우고 집을 나선다. 6살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남편 몫이 됐다.
오송 행정타운의 저녁 퇴근시간 풍경도 마찬가지다. 버스가 매일 오후 6시30분 정각에 출발하기 때문에 6시만 되면 직원들의 마음이 바빠져 일을 마무리 짓느라 분주하다. 야근자를 위한 버스는 8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이를 놓치면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식약청, 보건산업진흥원,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국립보건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등 6개 기관 직원 2384명은 지난해 오송으로 이전을 마쳤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배우자 직장, 자녀 교육 문제로 이주하지 않고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공무원은 900명(37%)에 달한다. KTX로 출퇴근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오송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40% 이상이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선택했다.
주중에 관사나 인근 원룸에 거주하다가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직원까지 감안한다면 정착률은 50% 안팎이다. 실제 이전 직원 중 전 가족이 동반 이주해 충청도민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20% 내외며 이전자 중 34.9%에 불과했다. 기관별로는 국립보건원이 68.4%로 지역이전을 가장 많이 했으며,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47.4%로 가장 적게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한 경우 가족형태로는 독신이주(43.8%), 전 가족 동반이주(34.9%), 단독이주(15.8%), 일부이주(5.5%) 등이다. 주거이전 형태와 관련, 아파트 단독세대 임대가 34.8%, 오피스텔 원룸 임대가 34.3%, 자가(집구입/분양)가 19.3%, 사택/기숙사 6.3%, 기타(부모, 친지, 친구집 등) 5.3% 순였다.
타운 내 생활만족도 조사에서는 72% 이상 직원이 현재 근무환경과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나, 아직 단지 내외에 신뢰할만한 의료시설이 없어 직원의 대다수(92% 이상)가 타운내 의무실 개설이 시급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도권 자녀교육이나 배우자 문제 등으로 이전이 늦어지고 있는 직원들은(미 이전자의 80% 이상) 지속적인 출·퇴근 및 야간차량 운행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오송타운 근무를 위해 지역 이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자녀교육, 부모님 부양, 배우자 등 개인상 이유가 72.5%, 근무지 변경 15.6%, 기존주택 처분불가 8.4%, 타근무지 이전계획 3.5% 순으로 조사됐다.
이전 1주년을 맞은 오송보건타운 근무의 업무효율은 서울에 있을 때보다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업무상 자주 만나야 할 보건복지부, 제약사, 병원들이 서울에 있다 보니 상당수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등 업무의 상당부분이 타지에서 이뤄진다.
오는 2014년 보건복지부의 세종시 이전이 완료되면 사정은 나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일주일에 2~3일은 출장으로 사무실을 비우는 직원들이 많아 행정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식약청은 출퇴근이나 서울 출장을 오고가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면서 업무의 비효율성이 커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도 늘었다. 통근버스비는 월 12만원으로 저렴하지만 KTX를 이용할 경우 정기권은 33만원을 넘는다. 근무 일수로 따지기 때문에 많게는 37만원이 든다. 버스를 놓칠 경우 KTX를 타야하기 때문에 저녁 회식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출퇴근 부담 때문에 직장을 떠난 이들도 6개 기관을 합쳐 100여 명에 달한다. 보건산업진흥원 직원 P씨는 ‘집이 서울역 근처에 있어 KTX를 이용하지만 정기권 요금 부담이 만만찮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남과 영등포, 노원, 양재, 불광동, 목동, 죽전, 과천, 일산 등 9개 노선에 14대가 다닌다. 버스 운행에 정부가 연간 7억9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통근버스도 사라졌다. 한 달 5만원이었던 자기부담금이 2012년 1월부터 12만원으로 올랐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대전청사도 입주 초기에는 통근버스를 운영했다”며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이주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주여건이 골고루 갖춰지더라도 당분간은 통근버스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2월 말 현재 보건복지부는 오송타운 관리조직인 오송생명과학단지 지원센터(3급 기관장, 정원 26명 규모)를 출범시키고, 후생관내 의무실을 설치하는 등 생활편의 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원주혁신도시 이전 공단ㆍ심평원 "더 힘들다"
내년 말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는 이보다 더 어려움을 겪게 될것으로 보인다. 2012년 완공 시점에 원주혁신도시가 공공기관 청사만 들어서는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해양위 한나라당 허천 의원이 최근 국감에서?제기한 지적으로 현재까지 혁신도시 아파트 분양실적이 전무한 상태로 2012년 입주가 불가능해 이주주민이 실제 거주하지 않은 상황이 빚어질 것이란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파트 부지를 계약한 민간업체는 단 한 곳 뿐이고 착공 및 분양에 대한 구체적 일정은 물론 사업승인조차 나지 않고 있어, 심평원 직원들의 주거이전에 차질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LH 강원지역본부는 혁신도시 내 아파트 용지 가운데 처음으로 공공 분양아파트(1천110가구)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 분양될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74㎡ 80가구와 84㎡ 1030가구로 2013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지방이전을 앞둔 대부분의 공공기관의 가장 큰 골치거리가 직원들의 주거이전 지원책이지만, 이전 예정지의 상황이 이렇다면 제대로 된 계획조차 수립하기 어려운 처지다. 청사 착공도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특히 심평원은 여성직원의 비율이 70%에 이르는 대표적인 ‘여초(女超)’기관이어서 지방이전에 따른 인력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 사택지원 등 주거이전 지원책이 이전사업의 난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사직 등은 여직원 비율이 특히 높은 만큼 관계부처와 최종 이전인력규모가 협의되는 대로 직원 설문조사 등을 통해 퇴직인력 규모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별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직원 퇴직의 최소화를 위해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나 통근차량 지원 등의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 심평원의 계획이다.
하지만 심평원 관계자는 “KTX를 통한 출퇴근이 가능한 오송 지역과는 달리 원주 지역은 출퇴근에 어려움이 있어 사실 이 부분이 고민되는 점”이라고 전했다. 강동지역 거주자가 아니면 출퇴근에 최소 한시간 반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심평원 주요기능인 심사업무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심사위원 확보의 어려움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60개 진료분야별로 심사위원이 위촉돼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어 지방 이전시 심사위원 확보와 심사위원회 운영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심평원도 적정 전문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심사의 질이나 심사결과에 대한 수용성의 문제가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복지부와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이전인력 규모에 대한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해양부,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본원의 기능을 지원으로 분산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될 수 있지만, 이전인력이 본원 정원 전부가 대상인 것이 모든 이전대상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원칙이어서 심평원만 예외로 할 경우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우리 같은 간부급 직원보다는 출퇴근이나 주거이전, 자녀 양육문제 등에 있어 젊은 직원들이 걱정이다”며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어서인지 이전에 대한 체감도가 높지는 않다”고 전했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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