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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의원 노(老) 의사가 본 '한국 의료'
[ 2012년 01월 20일 22시 01분 ]
"예전에 젊은 의사들을 상대로 강의하면서 열쇠 3개를 받는 의사는 자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사람은 결혼상대가 아니에요. 돌이켜 보면, 환자를 생각하는 게 의사를 살리는 길이에요"
4선 국회의원과 보건사회부 장관, 대한의사협회장을 역임한 문태준 의협 명예회장
[사진]
은 최근 에세이집 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의사상을 이같이 강조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문태준 명예회장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연수 후 연세대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회에 들어가 의료보험제도 안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의사와 돈의 관계, 잘못된 인식 고착된 것 같아"
문 명예회장은 "흔히 의사는 돈을 잘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 그러면 손해 보는 풍조가 남아 있다"며 "왜 이렇게 됐는지 창피하다. 나는 돈과 인연이 멀었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강한 애착이 있다"고 말했다.
문 명예회장은 보사부 장관 시절인 1989년 7월 1일 방송에 출연해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선언한 것을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 오늘부터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선언한 그 순간이 의사이자 정치인으로서 가장 기뻤다"고 회고했다.
그는 "의료보험제도가 완벽히 안착이 되지 않은 시절 젊은 의사들이 보험증을 빌려 진료를 받는 환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며 "당시 나는 환자가 위급한 상황이면 치료가 먼저라고 답했다. 환자를 위해 의사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진료관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를 위해 환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사한 것은 환자의 치료 성과가 좋았을 때"라면서 "더 감사한 것은 어려운 환자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이는 의사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명예회장은 "환자를 위한다는 생각을 하면 정부의 푸대접 등 의사로서 고통스러운 점이 완화된다"고 했다. 실제 문 명예회장은 연세대 교수 시절 자신의 2달치 월급을 들여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는 등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리베이트 쌍벌제 악법-의사 정치력 키워야"
문 명예회장은 "예민한 질문은 피하고 싶다"면서도 최근 의료계 상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문 명예회장은 "리베이트 쌍벌제는 악법이다. 세계의사회 사무총장에게 쌍벌제를 말했더니 학술 활동까지 규제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상황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선 "입법과정을 보면 선량한 의사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며 "이런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도록 의협 집행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의사의 정치력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양한 보건의료 직종 중 의사의 정치력이 가장 약하다는 것이다. 문 명예회장은 "의사들이 정치 능력을 양성해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하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를 위해 올바른 진료를 제공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고 했다.
문 명예회장은 "조직력도 중요하다. 올해 큰 선거가 치러지는 데, 대통령과 정부에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의사가 손해 보면 환자가 손해 본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환자를 위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의사들이 방송에 출연해 병원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사회적인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 명예회장은 발언 직후 의료계 지도자상을 묻자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국민이 옳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며 "이런 준비를 의료정책연구소가 해줬으면 한다. 여론의 동향을 잘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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