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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男·심평女 유쾌한 봉사 이야기
[ 2012년 02월 09일 21시 00분 ]
의사들과 가장 밀접한 정부기관. 그것도 ‘심사’·‘삭감’으로 점철된 따가운 시선을 받기 십상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더욱이 이곳 직원의 절대 다수가 의료일선에서 함께 의업(醫業)을 수행하던 동료 의사와 간호사들.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현직 동료들의 서운함은 더 크다. 그럼에도 ‘건전한 진료문화 정착’을 기치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오랜만에 본업(本業)으로의 외도를 시도했다. 그것도 이역만리 의료진의 손길이 절실한 오지 마을에서...
큰 사고 친 ‘우·하·하·하’
막막했다. ‘좋은 일 한 번 해보자’는 의기투합까지는 좋았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신우회’라는 사내 작은 종교모임에서 발단이 된 이들의 인도 의료봉사 프로젝트 시작은 바로 ‘무모한 의욕’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회원 중 하나가 인도 지역의 한국 선교사와 친분이 있음을 뒤늦게 알았고, 그렇게 인도 의료봉사는 급물살을 탔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구체적인 계획들도 속속 세워졌다. 하지만 정작 의료봉사에 나설 의료진이 문제였다. 기존 신우회에 소속된 의사는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정영식 위원장이 유일했다.
정 위원장은 다른 위원들 설득에 나섰다. 대다수 위원들은 임상 현장을 떠난지 수 년에서 십 수년이 지난 탓에 선뜻 동참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
다른 의료기관 의사를 참여시킬 수도 있었지만 ‘심평원 최초 자력 해외의료봉사’라는 취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좌절의 목전에서 내과 전문의인 김종만 위원과 오상권 위원이 참여를 자청했다. 종교는 달랐지만 좋은 일에 일조하겠다는 소신 있는 결정이었다.
극적으로 첫 난관을 극복하자 일이 술술 풀렸다. 사내 곳곳에서 동참 희망자가 이어졌고, 금새 22명의 봉사단원이 꾸려졌다.
일명 우·하·하·하(
우
리는
하
나님의 사랑 안에서
하
나가 되고
하
모니를 이뤘다) 의료봉사단.
첫 모임, 첫 봉사인 만큼 수 백만원에 달하는 경비를 직접 부담하고 개인휴가 6일 이상을 반납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도 이들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아파도 결근을 못하고, 대학원 시험도 미루며 절치부심 의료봉사를 기다렸다. 이들의 의지가 입소문을 타면서 사내에서 지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좋은 일에 동참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동료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금액이 무려 1600만원.
자체 경비와 모금액으로 의약품과 구호물품을 구비한 봉사단은 지난해 12월 16일 그토록 기다리던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글썽이는 눈물 속 희망을 보다
13시간의 비행.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내렸지만 인도 여정은 시작부터 어려움이었다. 환자들을 위해 정영식 위원장이 직업 공수해온 이동식 초음파 장비와 산더미 같은 이들의 짐이 문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준비해 간 물품은 각종 의약품 박스와 초코파이 1만개. 문화행사용 의상 및 장비 등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인도 세관이 호락호락 통과시켜줄리 만무했다. 인도 당국에 정식 신고를 하지 않은 의료봉사였던 탓에 세관의 문턱은 더욱 높을 수 밖에 없었다.
2~3시간의 실랑이 끝에 무사히 세관을 통과하고 비좁은 버스에 올라탔다. 한 자리에 두 명씩 타는 상황이었기에 산더미 같은 짐은 버스 지붕에 실어야 했다.
피란민과 흡사만 모습으로 터덜터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마하라슈트가 주 푸네. 60~70년대 우리나라 시골마을의 모습과 흡사한 이 곳에서 봉사단은 짐을 풀었다.
숨돌릴 틈도 없이 의료봉사는 시작됐다. 전직 의사와 간호사 출신들이었지만 오랜만에 잡아보는 청진기와 체온계가 여간 낯선게 아니었다.
그도 잠시, 환자들이 밀려들면서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느새 일선 의료현장을 누비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척척 호흡을 맞춰 나갔다.
한국에서 의료봉사를 왔다는 소식이 소문을 타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몰려왔다. 간단한 드레싱부터 소소한 시술까지 진료실의 불은 늦은 밤에도 꺼지지 않았다.
2박 3일의 빡빡한 의료봉사 일정 마지막날 열린 문화행사. 10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봉사단은 틈틈이 연습한 공연을 선보였고 지역민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들과의 만남까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헤어짐은 더 큰 어려움이었다. 짧디짧은 시간 봉사단과 흠뻑 정이 들어버린 이들은 눈물을 머금은 채 말없이 손만 흔들었다.
예방주사 효과 톡톡, 자신감 펄펄
일상으로 복귀한지 한 달여. 하지만 봉사단원들은 그 때의 여운을 아직도 곱씹고 있는 중이다. 삼삼오오 모여 후일담을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두 번째 외도는 인도의 작은 마을이 아닌 국내의 오지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도 의료 소외계층이 적잖기 때문에 차기 행선지는 이미 국내로 잠정 결론내린 상태다.
해외의료봉사에 대한 재정적·시간적 제약도 작용했다. 신생 모임인 만큼 심평원 내 동아리 지원도 전무하고, 모든 경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여간 부담이 아니다.
여러 현실적 여건을 감안, 우·하·하·하 의료봉사단은 국내와 해외 봉사를 격년으로 진행키로 했다. 물론 외연도 넓혀나갈 예정이다. 단원도 늘리고, 조직 내 지원도 받을 계획이다.
해외봉사는 이미 시발에서 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다. 이번 인도의 경험을 토대로 2년 후 봉사에는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시혜를 베풀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는 각오다.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정영식 위원장은 “그들의 아름다운 미소와 진정성 담긴 눈길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따뜻함으로 다가왔다”며 “봉사의 참 뜻을 느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종만 위원은 “너무 어려운 환경에서 첫 활동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큰 두려움이 없을 것 같다”며 “인도라는 예방접종의 효과가 톡톡히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권 위원 역시 “사무적 관계가 아닌 의사와 간호사로 호흡을 맞췄던 부분이 생소하면서도 소중한 기억이었다”며 “이런 외도는 자주해도 될 것 같다”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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