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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의료원 역할 지켜봐 달라"


[ 2009년 04월 12일 19시 01분 ]

강재규 국립의료원장은 지난 10일 최장수 임기를 수행하는 국립의료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9일 강 원장의 임기를 오는 2010년 4월까지 연장 발령했다. 특수법인화 입법 공로를 인정했다는 평가다.

그는 2005년 4월 임기를 시작으로 횟수로 5년째 원장직을 유지 중이다. 지난 1981년 인턴 신분으로 의료원과 인연을 맺은 온전한 국립의료원맨이기도 하다.

취임 후 유독 굴곡이 많았던 강재규 원장은 국립의료원의 성장과 몰락을 생생히 지켜봤다. 얼마 전까지 국내 유일의 3차 국립의료기관이던 의료원은 2차 병원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노후화된 시설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주된 이유였다. 국립의료원은 한국 공공의료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200억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진료실적도 100위권에 들지 못했다. 의료수익은 3차 병원의 40% 수준, 의료비용은 58% 수준에 불과했다. 국립의료원이 국내 공공의료를 대표하는 의료기관임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5년차 전문의 급여가 특수법인의 50%, 국립대병원의 67.2%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됐다.

지난 2007년에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라는 극도로 예민한 정책 한가운데 있었다. 의료계의 거센 비난을 온몸으로 맞서야 했다. 공무원과 의사 신분을 놓고 주위에서 말이 많았다. 시범사업 종료 후 이 같은 여론은 사그러들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립의료원은 오는 2014년 1000병상급 현대식 공공병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의료원이 '이전'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명실상부한 대표 국립의료기관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대목이다.

법인화 최우선…의료원 이전은 신중히

1년 임기를 더 부여받은 강재규 국립의료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 의료원의 법인화 작업에 역량을 쏟을 것"이라며 "다만 법인화를 민영화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인화 완성이 최우선 과제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강 원장은 "국가 의료기관의 역할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서민층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미션을 수행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염센터를 비롯해 구강 건강, 다빈도 질환 관리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기관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의료원의 2단계 추진계획을 소개했다. 우선 내년 3월까지 의료원을 특수법인 형태의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어 적절한 부지를 물색해 1000병상급 현대식 병원을 세우도록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2차 계획이다.

사실 의료원 이전을 놓고 잡음이 많았다. 서울시 중구청장이 신문 기고를 통해 국립의료원 이전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가 하면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옮기느냐가 '뜨거운 감자'였다.

의료원을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급성기 병상이 부족한 지자체가 더 적극적이었다. 강북지역뿐 아니라 남양주시 등이 거론됐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도 매번 등장했다.

이에 대해 강 원장은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장·단점이 존재한다. 어느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공공의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며 "이전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아 현재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지자체의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국가 기관의 미션은 따로 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많은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급성기 병상이 부족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시설과 규모를 어떤 방향으로 키우느냐 여부다. 의료원의 내리막길이 만성적인 지원 부족과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현 의료계 시스템을 보면 최소한 1000병상은 유지해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수련 규정을 재정립하고 최소한의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도록 재정 지원과 인력 측면에서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강재규 원장은 "법인화 전환을 끝내고 몸집을 키우면 국립의료원은 공공의료를 대표하는 명실 공히 국립의료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료 접근성과 체계적인 질환 관리시스템 구축도 함께 추진할 것이다. 의료원의 역할을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