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웃음 바이러스' 전파하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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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바이러스' 전파하는 의사


[ 2009년 04월 15일 22시 25분 ]

“누구보다도 유머와 재치를 가졌다 자부하지만 환자를 대할 때는 밝은 모습 보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보려는 생각에 여유를 찾기 힘들었어요.”

암예방검진센터 명승권 박사(가정의학과)[사진]는 국립암센터에 들어오기 전까지 동작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개원의였다. 밝은 성격, 유머와 끼를 가지고 있어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했던 그였다. 주변은 물론 스스로도 개원의로서 성공을 자신했지만 병원은 우여곡절 끝에 1년여만에 문을 닫았다.

실제 명 박사는 개그맨으로서 데뷔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가 본과 4년째를 맞는 94년 1월 겨울방학 TV에서 '제3회 KBS 대학개그제' 광고를 보고 대학 후배와 팀을 결성했다. 촌극 경험이 있던 그는 먼저 대본을 접수해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2차 연기도 합격, 방송에서 20팀이 겨루는 최종 경연에 나가게 됐다.

결과는 낙방. 후배 녀석이 갑자기 사라진 후 녹화 전날에서야 나타나 연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방송출연에 부담을 가진 후배는 부모님 허락을 받기 위해 시골에 내려가 있었다.

이정도 시련에 낙심할 그가 아니었다. 한 달여 뒤 방송사를 옮겨 SBS 개그맨 모집에 응시하려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이 제한에 걸려 개그맨 시험에 서류조차 낼 수 없게 되자 개그 구성작가로 방향을 선회했다.

서류전형에 통과한 그는 2차 시험에서도 당당히 합격했다. 최종면접에서 의사라는 경력을 의아하게 생각한 면접관들의 질문공세 속에서도 최종 16명 작가에 선발됐다.

병원으로 돌아오기까지 비록 5개월 간의 짧은 방송작가 생활이었지만 그 곳에서 능력있는 방송인으로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서울대병원 인턴기간 중에도 주체할 수 없는 ‘개그본능’은 주위를 밝게 만들었다. 한 간호사의 신청으로 유명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MBC 사랑의 스튜디오’에 출연, 잠재된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명 박사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후 군의관을 거쳐 2002년 동작구의 한 건물에 개원했지만 어려워진 국내 의료환경을 실감했다. 그가 개원한 건물에만 이비인후과, 내과가 연이어 입점, 환자군이 겹치는 좋지 않은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었다.

성공을 확신했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현실이 싫었으며, 의사라는 직업에 회의도 들었다. 누구에게나 웃음을 주던 밝은 모습도 사라져 갔으며 환자들의 발길도 점차 뜸해졌다.

우연한 기회에 국립암센터에 자리를 옮기면서 예전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금연클리닉 운영과 암 예방 분야를 연구하면서 찾은 심리적 여유는 많은 고민을 사라지게 했을 뿐 아니라 이곳의 자율적인 분위기는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명승권 박사는 “캐릭터 분장과 연극, 개그 등을 통해 환아를 격려하는 단체의 가입도 생각했었지만 그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재밌으면서 다양한 의료정보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실제 명 박사가 방송작가 시절 친분을 쌓았던 PD나 작가들과 의료전문 교양프로그램의 기획단계까지 간 일이 수 차례. 이미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안도 가지고 있다.

그는 “난 이미 준비된 전천후 방송용 의사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은 주어진 사명이자 의무”라며 방송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예능이 아닌 의사가 기획한 교양프로그램에서 의학정보를 전달하면서 웃음과 재미까지 선사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도 머지 않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