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로그인 | 회원가입


"책 읽는 의사에게는 환자들이 마음을 더 잘 열것같아요"


[ 2009년 05월 10일 20시 02분 ]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종철 의료원장님의 방에 들렀는데 영어 문법에 관한 책이 펼쳐져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항상 의료원장님은 분야를 막론하고 책을 가까이 두며 항상 '공부하는 CEO'로 기억된 듯합니다. 그렇게 그 분은 지금까지도 역할 모델이 되었으니까요."

의술(醫術)은 곧 인술(人術)이고 훌륭한 인술은 단순한 의학 지식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기억하게한 만남이었다고 할까.

'의사들의 사회 속'에서 병원 내 인사기획실을 운영하는 부서장으로서 그를 만났다. '독서경영'이라는 새로운 병원 문화를 이끌어가는 송상용 교수.[사진]

독서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열의가 있어야 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모자란다. 의사들은 더하다. 진료에 연구 활동까지….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정말 바쁜' 삼성의료원 의사들에게는 몸이 축나는데 책 볼 틈은 더욱 없다.

송상용 교수는 "경영이라는 것은 한 조직이 얼마만큼 최대한의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데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즉, '사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독서보다 적합한 것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한 조직에서 성인들을 교육하는 데에는 지시, 명령 등의 방법보다는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소위 의료라는 것이 의사만 있으면, 문만 열어 놓으면 장사가 되던 때와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얘기지요. 수가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고, 너도나도 병원들이 덩치를 키우는 상황에서는 '생존'이 중요한 의미가 됐습니다. 관건은 환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는 거죠."

송상용 교수는 "나를 치료하는 의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나를 대하는지 생각보다 빨리 알아챕니다. 때문에 독서로 마음이 살찌워진 의사들을 바라보는 환자들의 눈은 정직합니다"라며 그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께서 지병으로 병원 신세를 오랫동안 지게 됐는데 그 때 환자 보호자로서 그에게 비쳐줬던 의사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래서였을까. 삼성의료원의 '독서경영'은 송상용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매달 부서원 전체가 같은 책을 읽은 후 본인의 느낌을 발표하고, 서로 공유하는 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송상용 인사기획실장은 삼성서울병원 의료기획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처음 시작한 독서 경영을 인사기획실로 옮겨오면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 발전시켰다.

송상영 교수는 "상위 1~2%를 차지하고 있는 의사들, 이들이 한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진료를 통해 가능할 수도 있고 다른 무엇으로 환원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환자들이 의사들 앞에서는 '선생님'이라고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욕하는 사례는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의사들이 환자들의 마음을 쉽게 열수 있게 하기 위해 앞으로 이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독서경영'이란 단어는 그렇게 특이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독서경영이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무엇보다 책이 준 감동을 조직원들과 공유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부서원 모두의 인성을 성장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독서는 부분적인 지식을 묶어 전체적인 밑그림을 볼 수 있게 해 주며 이는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힘으로 창조력을 절실히 원하는 시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