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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다학제 암진료 성공시킬터"


[ 2009년 05월 17일 14시 01분 ]

대형병원의 세 가지 트렌드로 암(癌) 진료와 외국인 환자, JCI 인증을 꼽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특히 암을 선점하는 병원이 진료의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지난 몇 년간 널리 퍼졌다. 암은 해당 병원의 진료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영적 측면의 중요성도 날로 커졌다. 명실상부한 대형병원 생존공식으로 부상한 셈이다. 유수의 대형병원이 앞다퉈 암센터를 개설했거나 준비 중인 점은 이 같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

암 진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바로 ‘다학제 치료’이다. 다학제는 진료과의 경계를 허물고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다. 진화를 거듭하는 항암제와 의료기기는 암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더 나아가 암전문의 간 협력진료 모델은 환자의 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인다. 서울아산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이 ‘다학제 치료’를 진료에 접목하기 시작했으며, 서울성모병원 암병원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 3월 23일 전면진료에 들어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도 전체 1200병상 중 500병상을 암병원에 할애했다. 그만큼 암 진료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성모병원의 암 진료를 진두지휘하는 전후근 암병원장은 성공적인 ‘다학제 치료 시스템’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활동하다 최근 모교로 돌아온 이유 중 하나도 성공적인 암 진료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고자 하는 목표였다. 그가 병원에서 가장 바쁜 의료진 중 하나인 이유이기도 하다. 다학제는 그의 최대 관심사다.

전후근 암병원장은 다학제 치료의 성공 요인을 ‘의료진의 끈끈한 협력관계’라고 단언했다. 암전문의 간 유기적인 협력 하에 이뤄지는 다학과협력진료팀(multidisciplinary team)이 계속 장점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학제는 온전한 환자 중심의 진료 모델이다.

전 암병원장에 따르면 다학과협력진료팀의 구성은 진단 분야의 경우 비전문 의료인과 진단방사선과, 중재 방사선과, 진단을 위한 종양조직 채집, 임상병리학과 등으로 구성된다.

치료 분야는 종양외과(흉부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부인종양학과, 신경외과 등 포함)와 방사선 종양학과, 종양내과, 종양간호학, 종양약리학 등이다. 지지치료는 영양지지를 비롯해 통증치료, 감정조절, 종교적지지, 사회사업, 호스피스 간호 등으로 이뤄진다.

전후근 암병원장은 다학제를 건물 건축 과정에 비유해 “한 사람의 건축기사가 골조와 전기 배선 등 모든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다학제 치료 또한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처럼 환자를 처음 진료한 의료진이 모든 치료과정을 책임지는 시대가 변하고 있으며, 다른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의료진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진료능력을 갖출 수 있어도, 동시에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상의 진료방법을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되돌릴 수 없는 최초 치료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암전문의들이 같이 논의해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가톨릭 암병원에는 분야별 협진팀이 12개 운영 중이다.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세분화를 꾀했다.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상위 수준의 3차 대학병원에서는 여러 암전문의가 같이 모여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환자 중심의 다과학협력팀 진료는 수사적 표현을 넘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필수적인 진료형태”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1~2차 일반병원이라 해도 암 프로그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같은 팀의 구성은 필수적이며, 감독기관의 정규적인 검인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기서 암집담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전문의사 개인의 오류를 줄이고자, 존경과 이해가 있는 토론과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후근 암병원장은 “전문의사가 다른 임상과의 암전문의들과 협력하도록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협진의견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교훈적”이라며 “암집담회는 기존의 치료계획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임상연구 데이터를 배울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유사한 임상문제에 대해 치료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화채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는 다학과협력팀 진료가 성공하려면 3가지를 중점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는 팀 구성원 각자의 태도로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 다른 임상과목에서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둘째로 팀 구성원은 각자 독자적이어야 하며, 서로 신뢰할 수 있고 우호적인 동료와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다학과협력팀의 실패는 지식의 불일치보다는 구성원간 개성의 알력이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전에 근무한 뉴욕의과대학병원의 위암진료를 예로 소개하기도 했다. 진단과 병기는 상부 위내시경과 내시경초음파, 종양조직 생검, CT 스캔과 PET/CT 스캔, 종양표지자 등을 통해 소화기내과와 진단방사선과에서 이뤄졌다. 각 환자의 치료방법은 매주 열리는 위장종양집담회에서 의사들의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의사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다학제의 성공적인 시작이 가능하다고 그는 수차례 강조했다.

전후근 암병원장은 “미국과 한국은 보험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다학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인식이 같다”며 “한국은 훌륭한 기후와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이 많다. 서울성모병원도 시설에 걸맞은 진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건물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의료진이다. 다학제는 최상의 진료팀을 꾸려 수시로 허심탄회한 논의가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다학제는 결국 의료진이 얼마나 협력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이점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