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로그인 | 회원가입


"우리나라도 이젠 받은 의학을 되돌려 줄때"


[ 2009년 06월 03일 13시 19분 ]

우리나라에서 의학이 꽃을 피운 것은 파란 눈의 서양인들이 마냥 신기했던 개화기 무렵인 19세기 중후반부터다. 이 때 국내에 들어온 알랜과 같은 선교사들이 세운 광혜원(제중원)을 중심으로 과학에 근거한 의학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것이다.

“최근 정부나 의료계에서 흔히 말하는 게 바로 의료선진화입니다. 의학이 발전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말들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의료선진화는 이와 달리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의학을 가지지 못하는 이들에게 나누는 것, 그게 바로 의료선진화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알랜이 우리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죠.”

지난 1997년 창립해 세계 곳곳을 돌며 의료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글로벌케어 김순남 대표(연세튼튼소아과 원장)[사진]는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 의학이 이제는 지구촌 곳곳에 소외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나서야 할 때”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난 1996년부터 OECD 회원국으로 경제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지금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이 세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 대표는 “의사로서 알랜과 같이 국내에 의학을 전파한 이들에게 역사적 부채를 느낀다”며 “받은 게 있으면 갚는 게 당연한 도리인 만큼 우리도 이제는 베풀기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일까. 김 대표가 몸담고 있는 글로벌케어는 국내에서는 독거노인, 장애인, 기지촌 여성 등 소외 계층을 위해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지난 2004년 아세안 지역에 쓰나미가 몰아닥쳐 큰 피해를 입었던 때가 기억납니다. 당시 글로벌케어도 서둘러 구호팀을 꾸려 인도네시아로 떠났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의료지원팀들 대부분이 접근성이 좋은 곳 위주로 몰려있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내륙 깊숙한 곳을 찾아 들어갔더니, 마침 그곳이 반군들이 지배하고 있던 지역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당시 봉사활동을 펼쳤던 한 마을의 경우 의사를 처음 본 분들이 태반이었고, 더더군다나 외국인 의료진이 방문한 적은 마을이 생긴 이래 저희가 처음이라고 말을 들었다”며 옛 기억에 떠올렸다.

이처럼 글로벌케어는 주로 인도차이나 반도 지역이나, 아프가니스탄, 예맨 등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보건의료의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곳들을 찾아 상설 클리닉을 세우고 현지에서 치료와 함께 의료인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다 보니 곤란했던 적도 많습니다. 최근에 예맨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을 땐, 클리닉을 철수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글로벌케어가 추구하는 사업이 한두 해 단기성과를 바라보고 진행하는 것들이 아니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김 대표가 말하는 글로벌케어의 목표는 단순하다.

“지금도 일부 단체의 경우 마치 시혜를 내리는 것 마냥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로벌케어는 현지 사정에 맞춰 가능한 수준에서 보건위생의 개념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려고 합니다. 언젠가 우리가 떠나도 그네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말이죠.”

한 마디로 물고기를 주는 대신 잡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소리다.

이러한 노력들은 비단 글로벌케어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여러 단체들이 지금도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김 대표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한계 역시 존재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글로벌케어가 그러하듯 수많은 의료 NGO 들의 경우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이나 의약품만으로 활동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데 정부나 기업의 지원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질적인 의료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참여가 절실하지만 회원 대다수가 개원의들이고 대학 등에 속한 이들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점도 한 몫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의사들이 뜻을 함께하며 여러모로 도와주고는 있습니다. 실제로 참여도 하고 싶어 하고요.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선뜻 나서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묻자 희망적으로 답한다.

“글로벌케어 뿐만 아니라 여러 의료 단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 그래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죠.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곧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이 봉사활동에 참여해 이름 그대로 의료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베풀 줄 아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의미, 이러한 의사들이 주변에 있기에 나오는 소리는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