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로그인 | 회원가입


"소화기내시경 진단·치료, 한국이 선도"


[ 2009년 06월 21일 14시 07분 ]

내시경의 등장은 의료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청진기를 이용한 '듣는 진단'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보는 진단'의 시대를 열게 했다. 위암과 대장암의 완치율을 높인 1등 공신은 바로 조기진단을 가능케 한 내시경이다.

수술 없이 내시경으로 암을 제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설마 가능할까…"라고 의아해 했다. 그런데 불과 십수년 만에 한국의 소화기내시경 수준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지금도 그 중심에서 톡톡한 공을 세우고 있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함준수(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이사장을 만났다.

한국인들은 소화기 질병에 잘 걸린다. 한국인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는 위암을 비롯해 간암, 대장암 등 소화기 계통 암에 취약하다.

함준수 이사장은 "내시경 분야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연구됐지만 최근 한국도 일본 못지않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면서 "동양인들이 위장병이 많아 내시경 분야에 있어서는 서양보다 오히려 한 단계 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내시경이 비단, '진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점막하박리술이 최신 경향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 앞으로 소화기내시경 분야에 주목을 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함준수 이사장은 "내시경 끝에 달린 전극의 고주파 열을 통해 암세포를 태워 잘라내는 수술법인 내시경 점막하절제술은 흉터가 없고 위장을 잘라내지 않아 시술 다음날부터 식사가 가능해 최근 널리 시술되고 있다"며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진단은 물론 내시경으로 초기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인 것"이라면서 "이제는 기술이 늘고, 기구가 작아져 검사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 소화기내시경의 비약적인 발전에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의 역할도 컸다.

현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지난 1976년 창립된 국내 소화기계의 대표적인 학회로 내과·외과·소아과 등 45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일본과 함께 '소화기내시경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함준수 이사장은 "내시경 분야에 있어서 일본은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배우는 것이 많다"면서 "현재 일본과의 학문적인 교류는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제는 아태지역 국가 중 중국과의 교류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함준수 이사장은 "물론 일본 이외에 다른 나라와 교류를 할 경우, 우리가 배우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을 수 있지만 앞선 나라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다른 나라에 알려주는 것 또한 국내 소화기내시경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피력했다.

향후 학회는 일본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제 교류 심포지엄을 일본 외에 중국, 동남아 등으로 넓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독일 등 7개 나라가 8개 화상사이트를 통해 원격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함준수 이사장은 "내시경 치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불완전한 면이 있을 수 있다"며 "의사들 역시 시술에 있어서 능숙하게 되기까지 실수가 따를 수 있다"고 현장에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내시경 시술과 관련된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는 학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회원들로 하여금 철저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