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스활명수와 책, 사람을 좋아하시던 그분(故 김대중 전 대통령) 너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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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스활명수와 책, 사람을 좋아하시던 그분(故 김대중 전 대통령) 너무 그리워"


[ 2009년 09월 27일 11시 40분 ]

“까스활명수를 즐겨 드시고 책을 좋아하신, 모든 사람에게 배려와 존중을 아끼지 않으셨던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뵙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고 그립습니다.”

12년 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장을 지켜왔던 심장주치의인 정남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심장내과)은 김 전 대통령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었다고 기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면한 후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연세의대 학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고관절 장애로 운동량이 부족해 소화가 잘 안됐기 때문에 까스활명수를 즐겨드셨다. 하루에 한 병은 꼭 드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속이 답답할 때는 까스활명수를 즐겨 마신다”고 김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돌아가시는 순간보다 지금 더 그리움이 깊어진다. 그 때는 눈물도 나고 안타까워 임종직후 자리를 빨리 떴지만 뵙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 학장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한동안 창밖을 보며 김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1998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정남식 학장이 심장주치의를 맡으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입원 前 매주 동교동 사저 방문진료”

정남식 학장은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하기 전까지 매주 동교동을 들러 혈액투석 전후 30~40분, 길게는 한 시간 동안 문진과 청진, 심장초음파 등을 하면서 고인의 심장을 체크했다. 이 시간 동안은 정 학장은 김 전 대통령과 역사와 경제, 문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정 학장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분처럼 책을 좋아하고 다독을 하신 분은 보지 못했다”면서 “역사, 경제, 사회학, 과학, 화학, 문학 등 다방면에서 해박하셨기에 많은 대화와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책도 좋아하셨지만 사람에 대한 배려가 남 다르셨던 그분은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출판기념식에 초대받은 후 그 두꺼운 자서전을 다 읽고 참석하셨다”면서 “출판기념 행사에 초대받아서 참석한 인사 중 과연 몇 명이나 그 책을 다 읽었을까. 나는 그분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남식 학장은 동교동 서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책을 종종 빌려 읽으며 국제정세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전 대통령을 대면한 사람은 누구나 그의 세심한 배려가 인상적이라고 기억한다. 정남식 학장도 그중 한 명이다.

정 학장은 “항상 의료진을 존중해 주셨다. 과학을 좋아하셨기 때문인지 근거의학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지인들이 소개한 민간요법들은 항상 의료진들에게 먼저 물어보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요법이라고 말씀드리면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고 의료진들의 처방에 따랐다”고 노개했다.

또 “학장이 된 이후에는 더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일이 많은 사람을 내가 오래 붙들어 두면 안 된다’하시며 얼른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과 글과 눈빛으로 대화한 37일

김 전 대통령이 병상에 누워있던 37일 동안 가족이나 측근보다 더 자주,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주치의인 정남식 학장이다. 입원 전 동교동에서처럼 사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못했지만 눈빛과 글로 주고 받은 간단한 대화도 이제는 더 애틋하다.

정 학장과 김 전 대통령은 입원한 첫날부터 3일간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 후 건강이 악화돼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후부터는 글과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김 전 대통령께서 눈빛으로 의사를 전달하실 때는 안타까워 마음이 아려왔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독서를 좋아해 입원하기 전날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김 전 대통령은 입원 후 단 한권의 책도 읽지 못한 채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간단한 글로 표현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정남식 학장은 “인공호흡기 때문에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돼 김 전 대통령께서는 눈을 지긋이 감고 뜨며 눈빛으로 상대와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눈빛으로 만 의사전달을 했을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의료진에 대한 악성루머가 돌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김 전 대통령에게 약물을 들이붓고 있다”는 악성 루머에 대해 정 학장은 “당신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면 어떤 치료를 받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정 학장은 “모든 사람의 생명은 존귀한 것이며, 환자는 최적의 치료를 받고 싶어하고 의료진은 최적의 치료를 최선을 다해서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의 기사에 대해 실명을 밝히지 않고 악성댓글을 쓰는 사람은 비열한 인간”이라고 비난하며 “비양심적으로 살지말고 스스로 눈을 감고 자신을 생각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