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로그인 | 회원가입


"의료인 면허재등록 법안 꼭 추진할 것"


[ 2009년 11월 29일 21시 04분 ]

올해 의료계를 달군 정책 중 하나는 보건의료인 면허재등록 추진 여부다. 의사단체의 반대가 워낙 거세다 보니 법안을 낸 국회나 정책을 추진하는 관가에서도 사뭇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국회가 얼굴을 바꿀 때마다 도입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의료계 여론에 따라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면허재등록은 그동안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 정치인 입장에서도 의사단체에 뭇매를 맞고 대중적인 홍보도 어려운 법안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그렇게 시간을 끌어오던 것이 30년을 훌쩍 넘겼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던 것이 올해 의료산업화가 주목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급기야 지난 7월에는 법안 발의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이에 의사단체는 면허갱신제라며 반대 의견을 내고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각종 보수교육과 학술대회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교육에 나서고 있으며, 또 다른 규제정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많다. 반면 일부 교수집단을 중심으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사단체와 달리 대한간호협회, 의료기사 8개 단체 등은 도입에 찬성하는 등 직능별로 견해차가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야 어떻든 면허재등록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셈. 데일리메디는 지난 26일 면허재등록 법안(의료법, 약사법 및 의료기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이애주 의원(한나라당)을 만났다.

"우리도 의료선진국 아닙니까?"

"의료계는 이제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걸맞은 면허재등록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정책입니다."

의사단체가 반대하는 면허재등록 법안을 발의한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애주 의원은 이 같이 답했다.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이애주 의원의 생각은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받드시 추진한다"로 요약된다.

이애주 의원은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하다. 현재 보건당국은 외과의사, 내과의사가 구체적으로 몇 명이고 어디에서 근무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며 "대학졸업 후 받은 면허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100세 이상 의사가 267명에 달지만 구체적인 관리도 어렵다.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통계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대다수 선진국은 짧으면 2년마다 면허를 갱신하는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을 고려해 재등록 기간을 최장 5년으로 연장하는 등 의료계를 배려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 또 갱신제 대신 면허재등록을 제안했기 때문에 "더는 양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안이 결국 면허갱신제로 이어질 것이란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법안 배경을 설명하던 이애주 의원은 신종인플루엔자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 의원은 "신종플루가 전국을 강타했지만, 보건당국은 적절히 대응하는데 실패했다"며 "쉽게 말해 감염내과 의사가 구체적으로 몇 명이 어디서 활동하는지만 알아도 이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면허재등록은 순기능이 많은 제도"라고 했다.

면허제도라는 독점적이고 특혜에 가까운 보호를 받는다면 공익적인 차원에서라도 재등록을 반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한국 의료수준을 판단할 최소한의 기준"이라고도 했다.

"간협 민원해결?…처음 듣는 소리"

인터뷰 말미에 "직능출신인 만큼 간협 등의 민원을 해결하고자 법안을 냈다는 시각도 있다"고 찔렀다. 그러자 이 의원은 크게 웃으며 "처음 듣는 이야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냐"라며 되물었다.

이애주 의원은 "난 대학병원에만 40년을 넘게 근무한 사람이다. 보건의료계를 비교적 잘 안다고 생각한다"며 "간호사로 평생을 살아온 만큼, 국회에 입성하면서 환자 입장에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면허재등록은 더 필요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장기이식법과 함께 면허재등록은 국회의원 임기 동안에 반드시 추진할 정책이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이지만, 꼭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의사단체도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 특정단체를 겨냥한 정책은 절대 아니다. 의료선진국이라면 이제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홈페이지가 다운돼도 해야 한다면 하는 게 정답 아닌가. 의사를 규제하겠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고, 그런 취지도 아니"라며 "의료관광 등 의료산업화가 논의되는 시점에서 이제 우리도 면허재등록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의료계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의료계도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당초 기사화를 자제해달라던 이 의원은 인터뷰 직후 "이왕이면 정확하게 (의사들에게)의견을 전달해달라. 사심이 없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