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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공관절, 이젠 아시아 공략할 때"


[ 2010년 10월 31일 21시 45분 ]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국내 의료계가 외부를 바라볼 여유가 없었어요. 이제는 한국이 G20 의장국으로 발돋움했지 않습니까. 의료계도 이젠 외부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어요. 적어도 인공관절 분야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유명철 석좌교수(전 동서신의학병원장)는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태평양 국제인공관절학회'에서 평생업적공로상(Lifetime Achievement Award)을 받았다. 학회 설립 이후 처음이다.

수상을 결정한 '아시아태평양 국제인공관절학회'는 한국과 일본, 호주, 중국,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40여 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인공관절 분야의 세계 최대 국제학술기구이다. 유명철 석좌교수는 수상 직후 '아시아인에서 인공고관절치환수술의 변천과 전망'이라는 특강을 진행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유명철 교수는 "자동차와 조선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뻗어나가고 있고 의학도 마찬가지"라며 "조그만 땅에 밟아도 잡초처럼 성장한 것은 한국인의 끈기 덕분이다. 한국 의학도 이러한 과정을 밟아왔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인터뷰 초기부터 말미까지 아시아적 가치와 한국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관심 대상은 인공관절 분야이지만, 한국의 젊은 의사들이 시야를 넓힐 때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정년을 넘긴 석좌교수이면서도 올해 국내외에서 수십 차례 특강을 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한국의 의료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인공관절은 굉장히 역동적인 분야죠. 단순히 의사의 기술뿐 아니라 인공관절이라는 공학적인 요소가 필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협력과 공생,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합니다. 한국 의사들에게 제격이란 말입니다."

유명철 교수는 "평생을 의사로 살면서 외국 학회에 밥 먹듯이 참여해봤지만 기립박수를 받아보긴 처음이었다"며 "솔직히 쑥쓰럽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 특강 이후 아시아 의사들이 서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진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 인구가 40억 명이 넘는다. GDP 파이도 급속히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며 "인공관절은 서구에서 출발했지만 내용의 발전과 끝은 아시아에서 꽃필 확률이 높다. 그 중심에 한국 의료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시아 선도할 협의체 만들고 싶어"

유명철 석좌교수는 아시아태평양 국제인공관절학회 창립멤버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4년에는 학술행사를 한국에 유치해 대회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유 교수의 다음 목표는 인공관절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아시아 의료진을 하나로 묶는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다. 컨소시엄 형태로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환자들의 관절은 서구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술에 쓰이는 인공관절은 서구가 주도하고 있죠. 환자들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지요. 한국 그리고 아시아인에 적합한 인공관절이 필요합니다. 아시아의 경제가 더욱 커지면 수술도 많아져 주도권을 확실히 챙길 수 있다고 봅니다."

유명철 교수는 10여 년 전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인공관절 개발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성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여전히 인공관절 산업은 북미와 유럽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수술 케이스 역시 선진국이 아시아를 압도한다. 높은 비용 때문이다.

유 교수가 타개책으로 본 것은 중국과 인도와의 협력관계 모델이다. 유명철 교수는 "중국 의사들과 관련 분야를 협력하도록 기본 합의를 한 상태"라며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젊은 의사를 상대국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인도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보였다. "인도는 중국 못지않은 대국입니다. 국제사회에서 굉장한 역할을 할 것이에요. 현재도 인도에서 의사들이 연수를 받고자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 대국과 교류한다면 한국 의료계가 얻을 기회도 많아질 겁니다"

유명철 교수는 인터뷰 막바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꼭 전해달라고도 당부했다.

"나의 전문 분야는 인공관절이지만, 교수로 활동하면서 비교적 다양한 국가의 의사들과 의료시스템을 엿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마음을 열고 시선을 국내에서 아시아로 확대하길 바랍니다. 의학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욕심 많은 후배도 많아졌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