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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 의약분업 시행이 사태해결 관건'
[ 2000년 08월 26일 15시 00분 ]
"김대중 대통령은 원칙을 강조하는데 의약분업만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원칙이 무너지면 불만이 늘어난다. 의약분업도 마찬가지다. 의료계는 원칙에 입각한 제도 시행을 주장하는데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서울의대와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서울의대 김현집 교수는 현 의약분업 사태의 해법에 대해 원칙론을 일성했다. 원칙대로 시행하면 비록 소수의 불만세력이 있지만 올바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서 "더 이상 교수들이 성명서만 내며 방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전공의들은 약사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정부도 장기화에 대비하는 등 현사태를 빨리 해결시켜야 하는데 교수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며 30일 결의대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서울대는 물론 대형병원들의 손실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교수들도 병원 당국의 읍소에는 미안한 심정입니다." 김교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되는 병원의 경영손실에 마음이 쓰이는 듯 괴로운 감정을 드러냈다.

김현집 교수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의결기구도 아닌 상태에서 교수들은 물론 의료계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것이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래서 "결정사안은 투표가 아닌 만장일치제를 택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의료계내 강온 입장을 지닌 인사들의 비난에는 많은 번민이 있었음이 엿보였다.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나는 질문에 김교수는 "매번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20일 가운 벗을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꼽았다. "당시에는 신변의 위협도 느낄 정도였다"며 어려웠던 짧지 않은 과거사를 회고했다.

김교수는 장기적으로 의약사는 같이 협조하고 공존해야 하는 전문 직종인데 현재의 사태는 정부가 부추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왜 한국적 의약분업인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적 민주주의의 실패를 예로 들며 "중요한 것은 정책과 제도의 원칙이 지켜지는 풍토"라고 단정졌다. 정부 스스로 원칙을 준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폐·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압력이 잦지 않냐는 질의에 김교수는 "적지 않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하지만 "우리의 요구가 정당하기 때문에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김교수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신상진 의쟁투 위원장의 용산고, 서울의대 선배로 평소에도 막역한 사이였다는 김현집 교수. "만성 질환자들이 항의할때면 그저 할말이 없다"며 "현재보다도 이 사태가 끝나고 난 뒤 더 걱정"이라는 김교수의 안면에는 수심이 가득차 보였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말하면서 김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계의 많은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며 직접적인 참여는 어렵겠지만 의협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라면 차후 교수협의회가 자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교수는 "정부가 이제는 의료사회주의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의료자본주의를 지향할 것인지 양자택일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정부가 국민의 의료자본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큰 저항에 부디칠 것"이라며 정부의 현명한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약력]서울의대 졸업(1972).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과장. 서울의대교수협의회 회장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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