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흔히 학연, 직연, 지연, 혈연 등으로 묶여 권력과 금전, 지식을 두루 갖춘 이른바 파워 엘리트들이 서서히 붕괴돼 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50년 이전 출생한 엘리트 가운데 상위 20명 중 무려 17명이 의사이며, 출신학교 순으로 엘리트집단과 가장 많은 네트웍을 형성하고 있는 곳은 고려대학교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엘리트 문화의 대표주자임에도 불구, 해체해 가는 엘리트문화에 누구보다 박수를 보내는 이가 있으니 바로 고대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소장 신철 교수다. 이 시대 최고의 ‘멀티버라이어티 맨’으로 보이는 외면과 달리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집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산책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소박한 그를 만나 삶 전반에 걸친 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신 교수는 소위 엘리트문화로 불리는 기득권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재풀 속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연과 지연, 직연, 혈연 등의 인맥은 '식민지 근성'이며 사회의 발전을 저지하는 열등교배라고 잘라 말한다.
그가 인간관계를 맺는데 있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의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선 타인의 숨겨진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며 “내면을 파악할 수 있는 자만이 상대방에 만족과 신뢰를 주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환자와 대화 혹은 눈빛으로 통해야 한다는 그는 기자와 걷는 잠시 잠깐 동안도 지나가는 대부분의 환자와 눈을 맞추며 자상히 안부를 물었다.
신 교수가 98년 처음 안산병원에 정착하게 됐을 때, 사람들은 서울도 아닌 외지에, 그것도 잘 알려지지도 않은 수면장애센터가 들어선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를 찾는 환자의 90%는 서울에서 안산까지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오는 단골손님(?)들이다.
"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실력과 환자에 대한 배려가 조화롭게 접목된 쌍방의 신뢰이지, 결코 접근성이나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는 그의 말이 입증되는 대목이다. 고대병원의 발전방향에 대해 신 교수는 "내부혁신과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로컬에서 가능한 일반병이 아닌, 희귀병을 치료하는 곳이 대학병원"이라며 "대학병원은 대학병원만의 특색에 맞게 연구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거중심의 교육과 진료, 연구가 바탕이 돼야 세계 100대 병원에 진입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즉, 선진국형 결과를 그대로 모방할 것이 아니라, 국내만의 특성을 반영한 질병연구, 정리작업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의 일환으로 유병율 조사, 유전자 조사 등의 근거중심 연구와 자료 수집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또 국내외에서 활발한 학회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반 교수들은 1년에 한편도 쓰기 어렵다는 SCI논문을 한해 무려 10편씩 소화하고 있으며, 올해만도 현재까지 유전자분석을 통한 폐, 코골이, 수면 관련 8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예상한대로 그 역시 고리타분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신 교수는 학문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예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굉장한 편력을 자랑한다.
심지어‘1등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고2때 음악을 시작해 무려 5여년간 하드락밴드에 몸담았던, 의사로서는 다소 특이한 경력이 있다.
스물셋, 의사로서 가장 늦게 출발한 그가 도착지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신화를 이뤘으니, 바로 그만의 삶의 철학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의학적 지식은 뇌의 한 분야에 불과하다"며 "다양한 모든 일을 대할 때 제각기 분리된 사고로 간단명료하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굳이 미래의 내 모습을 정해놓지 않아, 후회도 미련도 없다는 그는 바로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을 즐기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진정 성공한 삶"이라고 덧붙였다.
신 철 교수는 현재 고대 인간유전체 연구소장,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소장,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분과장, 고대 의대 내과학 부교수, 안산병원 감염대책위원회 위원,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간행위원, 대한수면의학회 학술이사 등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