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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은 국내 의료모순의 축소판"
[ 2000년 09월 30일 15시 00분 ]
"1·2차 병원은 환자가 없어 놀고있고 3차병원은 환자가 몰려 골치를 앓고 있어요. 이름난 병원은 특히 심합니다. 3차병원 위상에 맞는 의료전달체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 정연권 교수는 "국내 의료제도의 모순이 응급실에 응축돼 있다"며 의료전달체계의 조기정착을 강조했다.

"올 4월만 해도 응급의료수가의 원가보존율은 20%밖에 안됐어요. 얼마전 응급의학관리료가 신설되면서 겨우 58%로 올라갔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동네중소병원은 응급실 투자에 엄두를 낼수 없어요.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데 누가 응급실에 투자하겠습니까"

정교수는 3차 의료기관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리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응급의료수가를 대폭 차등화해야 된다고 해법을 제시한다.

"감기 등 상태가 심하지 않는 환자들은 1·2차병원을 이용하도록 정부와 언론이 적극 유도해야 한다"며 "환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등화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자동차보험에서는 경미한 사고는 보험처리 않하고 대형사고만 보험처리 하듯이 의료보험도 경미한 질병일 땐 비보험 처리하고 대수술은 보험혜택을 받도록 해야합니다"

그의 의료보험 수가체계에 대한 불만은 정부의 응급의료 정책으로 이어진다.

"배가 살살 아파 응급실에 온 사람은 응급환자입니다. 그러나 머리가 아픈 사람은 비응급환자로 분류돼 의료보험 혜택을 전혀 못받습니다. 응급환자를 초기 증상으로 판단하다보니 배탈환자는 응급환자고 폐렴환자는 비응급환자가 되는 셈이죠"

그는 "응급환자와 비응급 환자에 대한 결정은 의료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며 이러한 경향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소개한다.

이어 '모든 환자에 대해 응급의학관리료를 받지 말라는 복지부 협조공문'에 대해서도 "개인병원이 문을 열었으면 별도의 공문을 내려보내야 하는데 묵묵부답"이라며 불만을 털어 놓는다.

"정부가 투자는 안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했으니까 환자를 돌봐주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도 배운걸 충분히 환자에게 되돌려 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는 현실과 괴리된 정부 시책이 남발될 때마다 "내가 왜 이길을 선택했는지 후회하고 있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의사도 철저한 직업인으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그는 열악한 진료환경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살아나거나 호전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태형기자(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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