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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 2005년 07월 03일 14시 55분 ]
오는 8일 예정된 산별총파업을 앞두고 병원계 노사간 갈등이 최고점에 달했다. 노무사 위임, 사용자단체 미구성, 불성실교섭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올해 산별교섭에서 노사 양측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에게 노조측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 13차까지 진행된 교섭이 난항인 이유?
산별교섭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대표단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불성실한 교섭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
사립대병원은 아무런 권한도 없는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하고 교섭에 아예 불참 하고있으며, 국립대병원은 대표 없이 뒤늦게 참석하고있다. 민간중소, 지방공사의료원, 적십자사, 보훈, 원자력의학원은 사립대병원을 핑계삼아 결국 똑같이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병원의 이런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3달 동안 13차례나 교섭이 있었지만 집단퇴장, 교섭불참, 요구안 심의 거부 등을 제외한 정상적인 교섭은 단 3차례뿐이었다.
최근 병원 대외비 문건을 통해 뒤늦게 파악된 것이지만 이런 교섭 파행은 치밀한 사전 각본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한 불성실교섭이 문제가 아니라 파업 유도를 통해 노조무력화까지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내부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Q : 올 교섭에서 노조측 주요 요구안은 무엇?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노사신뢰의 출발인 합의사항을 지키라는 것이다. 즉 작년 합의사항인 사용자단체를 구성해 산별교섭에 참가하라는 것.
이것만이 파업을 막는 길이다. 산별교섭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력충원을 통한 주 5일제 전면 확대 시행, 암환자부터 무상의료, 다인 병상 70%이상 확보등 의료 공공성 요구, 연대 임금 등 산별 5대 협약을 협상하자는 것이다. 산별교섭에서 한꺼번에 해결되면 현장 노사관계도 안정된다.
Q : 8일 예정된 총파업의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
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8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7~8일 1박2일 상경파업 이후에는 지역과 현장중심으로 파업을 진행할 것이다.
파업 방식은 환자의 불편을 고려하면서 투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8일 전면파업 후 9일부터는 문제 병원을 타격하는 파상파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9일부터는 전국적으로 3000여명의 간부, 조합원들이 병원 로비를 거점으로 지정된 문제병원을 대상으로 집중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그래도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시 14~15일 다시 서울로 5,0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집결해 문제 병원 집중타격과 노동부, 복지부를 상대로 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섭 경과를 보면서 적정한 시점에 전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갈 생각이다.
이번 파업은 이전의 전면 무기한 파업 방식과 다르다. 하지만 이것의 전제는 직권중재에 회부하지 않고, 사측의 현장 탄압이 없을 경우이다. 정부와 사용자가 정당한 파업에 대해 탄압을 하면 즉각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우리는 환자 불편 최소화와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가능한 빠른 타결을 원하지만, 사측이 작년처럼 장기전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장기전도 불사하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Q : 1일부터 확대 시행된 '주5일제'에 대한 의견은?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 의료서비스 질 개선, 일자리 창출이 함께 이루어질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 의료기관 주5일제는 시행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이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현장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인력 충원없고 외래진료도 중단하지 않고, 한마디로 이런 식이면 주5일제 하지 말자는 분위기다.
우리는 작년 첫 주5일제 시행에 있어 정부와 병원의 준비부족, 환자 불편을 고려하여 전면시행을 1년 유예하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1년이 지났지만 복지부와 병원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인력 충원과 토요 외래 중단이 관건인데 오히려 복지부는 병원 경영악화와 환자 불편을 이야기하면서 전면 주5일제 시행을 유보하려 한다.
문제는 단순히 토요 외래 대책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야간 휴일 진료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1주일은 168시간인데 주 40시간제를 하면 128시간, 즉 생활의 4분의 3일이 외래진료 공백이다.
이제 이 시간대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환자 불편을 이유로 토요 외래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병원 노동자들은 평생 주 5일제와 노동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다. 인력충원 없는 주 5일제는 차라리 안 하는게 낫다.
Q : 사용자측에 요청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사측에게 하고싶은 말은 이런방식의 교섭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하고 그것을 법과 원칙이라고 우기고 작년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고 노조 무력화, 일방적인 구조조정 강행과 저임금, 비정규직 확대에만 관심을 보인다면 결국 노사관계는 파국이다.
특히 아쉬운 것은 노조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병원 의료원장들의 태도이다. 사회적으로 환자, 학생에게 존경받고 노사문제도 신뢰를 바탕으로 풀어가야 되는 사회 지도자급인 병원 대표가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하고 아예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법 이전에 노조에 대한 무시이자 노골적인 선전포고이다.
현장의 실망감과 분노는 커져만 간다. 이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인사경영권도 다 위임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다. 큰 틀에서 병원발전과 노사관계의 미래를 위해 교섭에 나와야한다.
사회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병원계의 파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의 병원 상호간 돈벌이 경쟁 체제와 노사대립 구도로는 급변하면서 성장하는 의료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의료 공공성 강화와 산별적 노사관계 정립' 만이 국민과 노동자, 병원, 정부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길이다. 현장 노동자를 적으로 만들고 등을 돌리게 하고 나서 누구와 병원 발전을 이야기 할껀가? 환자 만족은 직원 만족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Q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텅빈 교섭장을 보면 안타깝다. 왜 매년 이런 악순환을 몇 달씩 되풀이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노사간에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환자와 국민을 위한 병원을 만들 수 있는지, 노사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싶다.
노조는 변화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내부 개혁과 변신의 몸부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변화가 없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노조는 늘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다.
심희정기자 sh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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