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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넘어 사회를 봐야 진짜 의사죠"
[ 2001년 03월 24일 15시 00분 ]
"형법에서 빨리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서울대병원 21세기의료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전공의 이웅희(일반외과 레지던트) 씨는 지난 1월 민법강좌로 화려하게 시작한 사회과학 강좌가 '형법'에서 무너진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1세기 의료법연구회는 전공의 파업당시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와의 대화가 미숙했다는 자체 평가에서 태동하기 시작, 의사들도 진료실을 넘어 사회적인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의사가 의료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내부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의료가 우리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의사소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웅희 전공의는 의료계가 좀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진료실을 탈출, 사회와 손잡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따라서 지난 1월 민법강좌를 시작으로 형법, 경제, 세법, 의료정책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 강좌를 6개월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람쥐 체바퀴 돌 듯 움직여야 하는 전공의들에게 이러한 강좌는 무리였을까? 강좌는 두달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민법은 45명이 몰려 대성공을 거뒀죠. 그러나 '형법'하면서 5명으로 줄었어요. 강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해서 일단 보류했어요"
이씨의 말에는 전공의들의 파업때의 초심이 병원에 복귀한 후 잊혀져 가는 상황에 대한 안따까움이 베어있다.
"병원에 복귀한 후 사회과학 강좌에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는 거죠. 자기 앞에 닥친 일만 하기에도 바쁘니까요. 많은 전공의들이 참여하고 싶다고는 말하지만 막상 여가시간에는 휴식을 택하는 것이 병원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
그는 실패 원인을 강좌료와 전공의들의 시간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전공의들에게 시간적인 배려와 경제적인 여유만 주어졌다면 성황을 거둘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번 강좌를 통해 "전공의를 더욱 더 이해 할 수 있는 소용한 경험을 했다"고 그는 자부한다.
"애당초 사회현실에 대해 관심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젊은 의사들이 체계적인 지식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애가 많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죠."
그는 강좌를 보류한 것에 대해 "이번 경험을 밑천삼아 젊은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된 강좌를 준비하기 위한 숨고르기"라고 해석했다.
"이번 강좌는 실패가 아닌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과정"이라고 말하는 이웅희 전공의.
그의 얼굴에 지난 파업때 보았던 '철의 전공의들'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봄길의 문턱에서 나타난 착시현상일까?
김태형기자(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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