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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바다에 고립된 한국의료 살려야죠"
[ 2001년 06월 09일 15시 00분 ]
"솔직히 작년 의약분업 파동때 주위에서 너희 아버지 뭐하냐고 물으면 의사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 어려웠어요. 그 당시 의사하면 웬지 나쁜집단인 것같은 분위기가 팽배했으니까요."
서울의대가 올해 처음으로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마련한 '사회와 의사'라는 과목을 맡은 성명훈(이비인후과) 교수는 임상의사로서 사회성있는 과목을 맡게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수술을 성공하기 위해서 의학적 지식에 몰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자식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성교수는 "의사가 서바이벌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알고 대화하는 사회적인 의사로 성장하기 위해 과목을 개설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회와 의사'는 다른 정식 과목처럼 학점을 인정하는 것도 아닌데도 수강생 200여명중 95%의 출석률을 유지할 정도로 의대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종전 의사국가고시 준비를 위한 교과목을 과감히 폐지하고 '사회와 의사'로 대체한 의대측의 결정이 적중한 것이다.
"그만큼 의약분업이라는 사안이 중요하고 과목이 흥미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성교수의 자평이다.
이 과목은 ▲의료제도와 경제(성명훈 교수) ▲의료윤리(안규리 교수) ▲사회복지와 의사(허대석 교수) ▲질병·의료·문화(권준수 교수) 등 4개 분야로 나눠 분야별 전문가의 3시간 강의와 2시간 종합토론으로 진행된다.
특히 서울대 어린이병원학교 교장인 신희영 교수가 백혈병을 앓고있는 어린이들의 치료 경험담을 소개할 때는 "많은 의대생들이 의사들이 할수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고 성교수는 소개했다.
또한 마지막 주제인 '질병·의료·문화'에서는 '전통의학과 의료의 공존'을 주제로 정해, 한바탕 뜨거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도 학생들은 주제를 다루면서 바로 내년부터 환자들과 접하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 못하고 있어요. 절반은 진지하게 듣고, 25%는 주제에 따라 참여하고, 25%는 관심이 없어요."
성교수는 "시간에 제한이 많아 의료제도와 정책을 보다 깊이있게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술회한다.
"현 의료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 의료는 자본주의 바다위에 떠있는 사회주의 섬'이라는 동료교수의 말을 빌어 표현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료에만 사회주의를 강요하는 현실을 빗대어 비판한 말이다.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이중 잣대를 갖고 있어요. 남이 아플때는 의료를 제한하지만 자신이 아플때는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내년부터 '사회와 의사'는 정식과목으로 채택돼야 한다는 것이 성교수의 바람이다.
김태형기자(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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