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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홍보 프로생활 마치고 1년간 어학연수 떠나
[ 2001년 07월 21일 15시 00분 ]
"예 차병원 박은영입니다."

'3468-31××' 전화번호를 누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웬만한 일간지 사회부 기자나 의료 담당기자라면 누구나 금방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박은영 주임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

지난 97년 8월 차병원 홍보실에 입사한 그는 다음달이면 만 4년을 꽉 채우게 된다. 대부분 남자들이 독식하고 있는 병원 홍보계에서 그의 존재는 유난히 두드러진다.

"대학 때는 문예창작을 전공했죠. 남들처럼 책읽기도 좋아하고 글도 쓰고…, 특별히 홍보업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얼떨결에 입사해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얼떨결에' 입사했다는 싱거운 대답과는 달리 홍보업무에 있어서 그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A+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서른인 그가 아직도 노처녀로 지내는 것이 '일중독' 때문이라는 악의적인(?) 소문도 유포하고 있다.

일례로 그는 한때 국내 모방송국으로부터 '출연정지'라는 전대미문의 경고를 받아 화제가 됐다.

병원 홍보실 관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의반·타의반으로 TV 뉴스의 '자료화면'에 출연할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의 경우 너무 자주 자료화면에 등장, 소위 말하는 '겹치기' 출연을 한 것이다.

특히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차병원에서 촬영하는 자료화면이란 게 초음파검사를 받는 산모의 현장화면이 대부분이란 점을 감안하면 시집도 안간 처녀의 몸으로 과감히 초음파검사대 위에 드러눕는 그의 열성은 정말 대단하다.

홍보실에 있으면 하루에도 수십명의 기자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그 많은 기자들을 상대하다보면(기자란 직업은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금방 잊혀지는 이들도 있지만, 때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지난 99년 9월 히말라야 칸첸중가봉 등정을 생중계하기 위해 원정대를 따라 산을 오르다가 사망한 KBS 보도제작국 현명근 기자. 그에게는 지금도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이다.

산부인과 전문병원에 근무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개 병원이라면 환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생각하지만 산부인과 병원은 죽음보다는 오히려 새생명의 탄생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매년 1월1일이면 새새명의 탄생으로 인해 그의 업무는 더욱 힘들어진다. 특히 지난해 1월1일의 경우 새천년을 맞이해 '즈믄동이' 탄생을 알리기 위한 각 언론사들의 열띤 취재경쟁으로 인해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지난해는 유별났어요. 결국 차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즈믄동이가 태어나 아쉽기도 했지만…"

오는 10월이면 캐나다 밴쿠버로 1년간의 어학연수를 떠날 예정인 그는 요즘 한창 업무 인수인계로 바쁘다.

"서른이란 나이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요. 1년이란 짧은 기간동안 대단한 것을 배울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따라서 이제 다음달이면 '박은영 주임'도 자신에 대한 유쾌한 성(姓)폭력을 끝낼 것으로 보여진다.

"예, 차병원 차은영입니다!"

김상기기자(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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