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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냉철히 머리를 맞대 국민을 위한 제도 도출해야"
[ 2001년 08월 05일 15시 00분 ]
"환자의 뛰는 심장과, 쉬는 숨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끼고 싶었어요. 생명의 의미를 잘 알 수 있는 진료과를 선택한 거죠."

수술장에서 만난 구남훈 회장(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이 풀어놓은 마취과 예찬론이다. 그는 마취과 레지던트 4년차다.

그의 마취과 선택 이유는 "환자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지켜줄 수 있는 지킴이가 바로 마취과 의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회장직까지 맡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지니고 있는 '의사에 대한 가치관'과 무관하지 않다.

"나의 미래와 관계있는 일이기 때문에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약사법이 개악되면 내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는 그래도 "복귀하고 나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도와준 전공의들과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병원 복귀후 패배의식이 팽배했었죠.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보이지 않다 보니까 자연히 업무에 매몰되기도 했고요."

파업투쟁후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들의 혼란상이 진하게 베어 있는 대목이다. 이는 "파업보다 오히려 병원내 전공의들의 처우개선이 더 힘들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모든 전공의들이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구회장은 전공의들이 작지만 소중하게 느끼는 부분을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인턴들이 병원에 들어오기전에 관례적으로 작성하는 소위 '서약서'의 내용을 대폭 개선했다. 이전까지 "전공의 수련을 그만두면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교육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병원측과 합의하여 "서울대병원 전공의로 근무하면서 병원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내용으로 수정했다.

또한 전공의 수련교육 개선 실무소위원회를 병원측과 구성해 인턴들의 혈액채취, 필름찾기, 혈관주사 등의 잡무로부터 벗어나도록 했다.

이외에도 ▲신체검사비용을 합격자에 한해 병원에서 전액부담, ▲호출기 사용료 단계적으로 병원 부담 ▲당직자 식사제공 등 작지만 중요한 근무환경을 서서히 개선했다.

그렇다고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가 사회와 담쌓은 것은 아니다. 복귀 초기 다짐했던 '사회속으로 다가가는 전공의'를 실현하기 위해 외국인 무료진료 사업은 물론, 교수협의회와 함께 의료정책실 상설화에도 한 몫 했다.

그는 이제 8월이면 의약분업이라는 겪동의 중심에 있었던 전공의협의회 회장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생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한 막바지 수련에 열중할 예정이다.

의약분업 투쟁을 이끌었던 모든 레지던트 4년차들의 마음이 그러하듯 그의 마음도 홀가분 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병원 내적으로는 내년 수련의 숫자가 줄면 전공의 업무강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과 외적으로는 아직도 의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의료 관련법'들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정부가 의사들을 토끼몰이식으로 몰아붙이면 결국 양·질의 의료는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구남훈 회장.

"꺼져가는 의료의 박동소리를 소생시키려면 의료계와 정부가 냉철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그는 당부한다.

김태형기자(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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