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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 수가문제가 본질 아니다"
[ 2005년 01월 16일 10시 36분 ]
"의료계에서는 자연분만을 기피하는 이유로 수가문제를 들고 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분만에 대한 의사의 확실한 의지이며 의지만 있다면 제왕절개 분만율은 충분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3년도 제왕절개 분만 적정성 평가에서 전국 의료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제왕절개율을 기록한 전라북도 미즈베베산부인과 병원 이희섭 대표원장의 말이다. 저수가, 의료사고 우려 등으로 자연분만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현 의료 환경에서 자연분만에 대한 이 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제왕절개율 12% '최저'…WHO 권장치보다 낮아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결과에 따르면 미즈베베산부인과 병원의 제왕절개분만율은 12%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WHO 권장치인 최고 15%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병원의 자연분만 유도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산모의 자연분만율(VBAC). 미즈베베산부인과병원은 이 부문에서도 57%의 VBAC율을 보여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희섭 원장은 "자연분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모의 두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며 "임산부와 직원 교육을 병행해 임신 후반기 충실한 분만준비로 산모가 자연분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원장은 "산모에 대한 교육과 함께 병원은 자연분만을 성공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이는 산모가 통증으로 인해 출산 도중에 자연분만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병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즈베베병원은 자연분만 시 발생할 수 있는 산모나 태아의 위험성을 잘 관찰하기 위해 '태아감시장치'를 도입했으며 마취과 의사를 상주시키는 등 24시간 대비체재를 갖추고 있다.
"가장 힘든 것은 다른 의사들의 시선"
이 원장은 제왕절개율을 낮추기 위한 홍보를 하는데 가장 힘든 것은 예상외로 견해가 다른 의료인들의 시선이라고 토로한다.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자연분만율을 기록하고 있는 병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적정수가 확립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
이 원장은 "제왕절개율을 낮추자는 홍보를 하고 싶어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의사들을 노동자처럼 취급하는 의료계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제 자연분만에 대한 산모들의 선호도는 예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자연분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분만의 경우 제왕절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사고의 위험 등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감내하지 않고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원장의 철학인 것이다.
이 원장은 "실제로 주변에서는 왜 무리를 하면서까지 자연분만을 강조하느냐는 얘기를 듣고 있지만 의사로서 할 일은 해야하지 않느냐"며 "자연분만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를 기피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제왕절개 세계 최고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 원장이 못내 아쉬운 점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작 자연분만의 장점을 홍보하면서도 임상경험이 많은 의사들의 자문을 듣기보다는 명성있는 의대교수들에게 이를 맡기고 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자연분만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학문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산모와 함께 출산현장을 지킨 의사들의 견해가 반영돼야 한다"며 "임상경험이 반영되지 않은 홍보는 산모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 이 원장 이하 미즈베베산부인과병원 전 직원의 목표는 제왕절개분만율을 10%이하로 낮추는 것. 자신뿐만 아니라 병원 전 직원들의 의지가 모아져 이룩한 쉽지 않은 기록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병원의 모든 의료진과 직원들의 각오와 자긍심이 조금씩 번져나가 매년 제왕절개율이 조금씩이나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 원장의 기대가 어려운 의료환경에서 '모난 돌'이 아닌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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