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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 대피 앞서 의사 본분 지켰을뿐"
[ 2005년 01월 05일 15시 31분 ]
'의사는 환자와 함께 있을 때 의미를 가진다'는 말속에는 환자가 필요하다면 언제나 함께 하는 의사가 진정한 의사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남아시아 지진·해일피해 지역에 대한 의료계의 의료지원이 활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일 발생 당시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자들을 응급처치한 국내 한 의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해일피해를 겪은 한국 여행객들은 위급상황에서도 의사의 본분을 잊지 않은 '유&박 소아과(인천시 서구 소재, 박세명·유걸하 공동원장)' 유걸하 원장을 기억하면서 의사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쓰나미성 해일이 밀려들어오던 26일 당시 유걸하 원장은 가족과 함께 푸켓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유 원장은 "26일 10시쯤 '꽝'하는 굉음이 들려 밖을 내다보니 이미 해안가는 사라져 버렸고, 바닷물이 호텔로 넘어오기 시작했다"며 "이미 부유물에 외상을 입은 환자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이 적지 않게 목격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부상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상당수의 여행객들이 한가로운 오전에 발생한 해일에 공황상태였다"며 "일단 환자들에 대한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휴대하고 다니던 구급상자를 챙겨 부상자 치료에 나섰다"고 밝혔다.

공황상태에 빠진 여행객들이 헤어진 가족이나 아이를 찾기 위해 부상을 입고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신적 혼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 원장은 응급처치를 우선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유 원장은 "의무실에 간호가 있었지만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못돼 직접 붕대를 들고 환자들을 발견하면 처치를 시행했다"며 "가족들은 불안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의사로서 담담하게 대처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특히 유 원장은 응급처치뿐 아니라 당시 급작스런 해일피해로 불안상태에 빠진 여행객들을 안정시키는데도 집중했다고 한다.

실제로 동행한 여행객들에 따르면 유 원장은 한국인들을 모아 응급상황 대처법 등을 알려주며 6시간의 대피시간 동안 최대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유 원장은 "한국인은 20여명 정도 있었지만 의사로서 당연한 말을 한 건뿐인데 상황이 위급해서 위로가 됐을 것"이라며 "산으로 대피한 이상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몇 가지 얘기를 들려줬을 뿐"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다른 어떤 의사라도 자신과 같은 입장에 놓인다면 불안해하는 여행객들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 원장의 설명이다.

오히려 유 원장은 대피소에서 더 큰 해일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인근 산으로 피신해 있는 동안 임시 진료소를 마련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당시 현장을 좀 더 강력히 통제해 환자들을 빨리 치료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호텔에서 다시 산으로 피신하면서 구급약을 챙기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원장의 이런 아쉬움은 의사의 사명감을 실천하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 내내 '내가 한 일은 당연한 일이며 아주 작은 일'이라며 겸손해 하는 유 원장의 모습에 동행한 여행객들의 감동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의사 눈에는 환자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유 원장의 말은 불신으로 가득한 세태에 유난히 새삼스럽게 들린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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