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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암흑기 걷어야 국민 희생 막는다"
[ 2002년 02월 10일 15시 00분 ]
"순간적인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내놓는 정부 정책은 개혁이 아닙니다. 의료계 암흑기가 계속되면 될수록 국민들은 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이명진 공보이사는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들에 대해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게임"이라며 "의료계의 암흑기"라고 단정했다.

"혜택 받은 곳을 동시 인하해야 하는데 재정안정 대책은 개원가로 집중돼 있어요. 고통분담의 형평성에 위배된 것 입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차등수가제, 야간진찰료 산정시간 변경, 진찰료 가나다군 적용 등의 조치는 개원가를 비롯한 의료계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보험수가를 함께 적용하는 치과나 한의원의 진료수입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같은 사실을 반증한다.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공보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그는 "재정대책실시이후 진료수입의 30∼35%까지 감소됐다"고 전한다. 개원가 수입이 의약분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는 의미다.

"재정적자는 이미 99년부터 예견됐어요. 노인인구는 매년 늘어나는데 정부는 급여일수 365일 제한을 해제하고 CT 등 고가장비도 풀었어요. 생색은 정부가 내고 지탄의 화살은 의료계가 받은 것이죠."

특히 정부가 내놓은 일반약 비급여 조치와 관련 "정부의 최대 惡手가 될 것"이라며 "비전문가가 내놓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4월부터 적용되는 일반약 969개 품목이 비급여로 전환되면 정부도 아마 깜짝 놀랄 것"이라며 "책임을 누가 질지 통탄할 일"이라고 걱정했다.

일반약이 비급여로 전환되면 부담이 적고 효과가 좋은 고가약으로 의사들의 처방형태가 변화돼, 결국 환자의 약값은 늘고 재정부담도 증가한다는 사실이 눈에 선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는 임시방편적인 대책보다 의약품 분류체계를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의약품을 전문약, 일반약, OTC로 분류하고 색상을 달리한 포장으로 구분 판매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프랑스식 분류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약사의 임의조제를 방지하고 국민들의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해 의약분업의 정신에도 부합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의료계가 정부정책에 무조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가 먼저 의정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해 인정하고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땅에 떨어진 의사들의 명예를 회복한 후 고통분담을 요구해야 순리에 맞지 않겠습니까."

정부와 의료계가 정확한 통계와 정보를 공유해 환자의 건강과 국가 의료쳬계라는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가 의협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의료정책연수과정과 임상보험전문의를 위한 연구회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정말 중요한 건 극한 투쟁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통한 투쟁이죠."

그가 의료의 백년대개를 걱정하면서 내놓은 한마디다. 의료계에 드리워진 암운을 걷어내는 것도, 국민 건강도 결국 의사의 몫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김태형기자(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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