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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의료지원, 무엇이든 보내만 달라"
[ 2004년 09월 19일 14시 56분 ]
"북한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엇을 보내줄지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지원이 가능한 의약품이나 교체한 의료기기 등은 무조건 보내주십시오. 북한 적십자병원을 현대화하는데 국내 병원계가 앞장을 서야 합니다"
최근 서울시병원회 상임이사회에 참석해 북한 병원 지원을 호소한 대한적십자사 이윤구 총재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그리 편치 않은 건강에 불구하고 30여분이 넘는 시간동안 대북 쌀지원 등의 경과와 북한의 실상에 대해 설명하는 그는 10년 동안 진행돼 온 대북지원 사업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어디서부터 도와야 할지 모르겠다"
이윤구 총재는 지난해 연말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미 북한은 필수적인 의약품조차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해열제, 감기약 등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총재는 "지난해 북한은 50여개 종류의 의약품 1억불어치를 요구하다 불가능할 시에는 5천불어치라도 보내달라는 등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며 "현재 북한의 병원이나 치료시설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강조한다.
평양 적십자병원의 경우 의료기기는 대부분 60~70년대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병원의 입원환자들에게조차 약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적십자병원 방문 시 동행한 한 의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고 도와야할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하고 "현재 북한은 북한적십자병원을 남한이 맡아서 현대화 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의료현실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는데 남한 의료계의 도움은 필수적"이라며 "용천참사 시 전 세계 구호물자의 5배가 넘는 물자를 남한 단독으로 보내준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후진국도 줄어드는 영아사망률 오히려 증가"
이 총재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 평안 남북도, 개성 등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은 대부분 적십자사에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적인 상황 변화 등으로 국내외 의약품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미 낙후된 북한의 의료현실에서 북한 주민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이 총재는 역설했다.
실제로 국제 적십자사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영아사망률은 1993년 천명당 23명이었던 것이 2002년에는 오히려 49.7명으로 증가했으며 결핵 등도 1994년 10만명당 38명이었으나 2002년에는 2002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북한의 영아사망률는 남한 6.2명의 8배에 가까운 수치이며 의과학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후진국에서조차 사망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북한의 영아사망률 증가는 북한 보건의료의 현 실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 총재는 "지난 94년 12월 북한 지도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풀나기 전에 먹을 것을 보내달라. 그렇지 않으면 다 굶어죽는다'며 절박해 했다"고 하고 "북한에 대한 식량 및 의료 등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지원은 북한의 태도변화가 선행될 때 해줘야하는 차원이 아니다"며 "우리 민족이 굶어서 혹은 치료를 받지 못해서 사망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대북 의료지원 인적교류 활성화 계기 될 것"
이 총재는 대북 의료지원 사업을 통한 남북한 교류가 궁극적으로는 의료인력의 남북협력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대북 의료지원이 장기화될 경우 남한의 병원들이 북한의 병원들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의료기기나 의약품 지원 등의 최종 목표는 인적교류의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총재는 현재 의료계에서 산발적으로 진행 중인 대북 의료기기 지원 등의 창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미 국내 의료계에서 개별적으로 의료기기나 의약품 등을 보내고 있지만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창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계가 먼저 우리 민족에 대한 지원을 가시화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지원에 있어서는 보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이 총재는 강조했다.
그는 "평양 적십자 병원 및 14개 특수병원에 의료기기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부족하며 낙후돼 있다"며 "보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의료기기 사용 시기, 의약품의 수량 등에 관계없이 무조건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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