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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 내가 선택한 길 후회 없어요"
[ 2002년 05월 04일 15시 00분 ]
"선배들이 정해준 루트를 걸어가는 것이 왠지 답답하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제 스타일에 맞지 않았습니다."

현재 네오딘의학연구소 진단방사선과장을 맡고 있는 강진화 전문의는 의사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영위하고 있는 다중(?)생활을 하고 있다.

먼저 10여년째 그림을 그려오고 있는 강전문의는 아직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그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녀의 그림을 접한 전문화가와 큐레이터들은 한국미술계에서는 찾기 힘든 심리묘사에 탁월하다며 본격적인 미술작업에 나서기를 권유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주변 지인들은 추상화가 너무 흉측하다는 평과 함께 테크닉을 연습하기 위해 그렸던 풍경화에 더 매료되더군요"하며 깔깔 웃는다. 현재 강전문의가 그린 그림은 홈페이지 가상전시회에서 1점당 10∼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미 100점 이상의 그림을 판매한 강전문의는 올 9월 완공예정인 서울의대 동문회관에서 정식 전시회를 열기 위해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그녀는 전문화가가 되는 길은 이미 포기했다고 한다.

"미술계 또한 학연이나 인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싼 가격에 그림을 다 팔아버리고 작업을 포기하려고 했었죠. 하지만, 의외로 주변의 반응이 좋아서 9월에 전시회를 연 뒤 그 수익금을 모교인 서울의대나 의협에 기증하려고 합니다."

아마추어 화가의 길을 계속 걸어갈 작정인 강전문의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직업은 따로 있다. 국제 인스트럭터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인 스쿠버다이버가 바로 그것이다.

"필리핀, 피지, 홍해, 파푸아뉴기니 등 카리브해를 제외한 세계 10대 다이빙 명소는 모두 둘러봤습니다. 언젠가 나이를 더 먹고나면 외국의 따뜻한 해변에서 스쿠버다이버를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 꿈입니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한 때 대학교수를 꿈꾸는 모범생이었던 그녀가 색다른 길을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전문의는 레지던트를 마친 후 지방대학병원으로 발령났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교수나 선배들이 권유하는 길로 가는 것이 최선이었죠. 하지만,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 너무 답답해 보여 거부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앞으로의 진로는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그녀는 봉직의의 길로 나서게 됐고 평소 관심있었던 그림과 스쿠버다이버 일을 취미로 삼게 된다.

하지만, 선배 2명이 신규 개원한 진단방사선과 병원에서의 전문의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재정적자를 이기지 못한 채 병원문을 닫은 이후 그녀는 예닐곱 번 이상 병원을 옮겨가며 불안정한 의사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한 때 6개월간 실직수당을 받으며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던 강전문의는 품고 있던 꿈을 버릴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 선배들에게도 1년에 1개월 이상 휴가가 보장되지 않으면 근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한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오전에만 근무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고요."

그녀는 지금의 다중생활을 고집하게 된 배경으로 80년대 학창시절을 꼽는다. 광주항쟁의 시기에 대학에 들어온 강전문의는 막연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수많은 이념서적들을 읽었고, 안정된 생활에 대해 회의하던 와중에 삶의 좌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것.

강전문의는 "당시 학창생활에 후회는 없지만 진정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흘렀다"며 "간신히 부여잡은 삶의 목표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녀는 의사로서 자신의 가치는 앞으로 10년 안에 소진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만큼 강전문의가 겪었던 봉직의의 삶은 혹독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인터뷰 말미에 "지금은 의사라는 직업과 취미를 결합시킬 수 있어 즐겁고, 10년 후에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 기쁠 것"이라는 강전문의는 의사로서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지호기자(joyjh@dailymedi.com)
"빗나간 의사, 하지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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