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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경영자 인식 바뀌어야 노사관계 발전"
[ 2002년 04월 27일 15시 00분 ]
병원계에 바야흐로 춘투(春鬪)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병원 노사간 임단협 협상은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지난해 6월 병원노조의 총파업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리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병원 노사간 임단협 협상, 그 치열한 현장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많이 지쳐있다.
올해 노동계의 쟁점 화두로 떠오른 '주5일제 근무'를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열흘 가량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점거농성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주 5일제 근무는 보건의료노조의 올해 핵심 요구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주 5일제 근무가 도입되면 과연 토요일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진료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은 지금도 입원환자와 응급환자를 위해 24시간 내내 가동되고 있으며, 특히 대부분의 병원들이 예약진료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외래환자에 대해 평일 예약을 유도하고, 응급실을 이용한다면 진료공백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의 목소리에는 좀전의 지친 모습은 사라지고 강한 힘과 의지가 묻어났다.
그는 병원에서 주 5일제 근무가 올바로 도입·정착되기 위한 선결과제로 인력보충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병원근로자의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의 질 향상과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주 5일제가 도입되면 교대근무자의 경우 휴일이 월 2회로 늘어나게 되지만 이에 따른 인력 보충이 되지 않으면 병원근로자의 노동강도만 강화돼 결국 근로시간단축의 근본취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인력보충 문제는 병원의 경영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현재 병원계는 주 5일제 근무가 실시되면 이로 인한 환자감소와 인력증가 등으로 가뜩이나 심각한 병원의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의 경영난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심각한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지난 99년 복지부와 병협, 시민단체간 병원 경영의 투명성 확보에 대해 합의를 거쳤지만 지금까지도 그 합의사항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의 경영 투명성이 확보되고, 병협등의 주장처럼 실제로 경영난이 심각하다면 보건의료노조는 언제라도 노사 합의를 통해 이를 받아들이고 '보건의료예산 증액'등의 대정부 요구를 위한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는 병원내 비정규직 문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임단협 협상의 '뜨거운 감자'다.
"최근 몇 년 사이 병원내 비정규직이 증가하자 고용불안,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 및 대우의 차별이 부각되면서 직원간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인해 소속감과 책임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부실한 의료서비스로 연결돼 국민건강권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도 보건의료노조의 핵심 요구안에 포함돼 있다.
의료시장 개방,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 논의등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의료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병원의 공공성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국내에서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또한 보건의료예산은 정부예산의 1%에 불과하고, 지방공사의료원등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마저 시장경제 원리에 치우쳐 흑자 경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보건의료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당원배가운동, 지자체 선거 후보 출마등 일련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이 다름 아닌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밝혔다.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중 천여명 이상이 민주노동당원으로 가입했고, 지자체 선거에 3명의 후보가 출마해 지방 공공의료강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울 예정입니다."
현재 평행선을 내달리는 병원 노사관계를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변화·발전시키기 위한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병원 사용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보건의료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실제 노조와 교섭조차 갖지 않으려는 상황이 지속될 때 노사관계의 변화·발전은 요원합니다."
그는 "병원 경영자들이 노조를 공동의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보건의료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해 산별교섭을 제도화시킬 때 보다 발전적인 노사 관계가 실현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상기기자bus19@dailymd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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