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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환자들의 제2인생 설계사
[ 2002년 08월 03일 15시 00분 ]
"아직도 많이 아프답니까? 이를 어쩌나... 잠시 기다리라고 하세요"
인터뷰 시간 내내 정극규 교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 담당자들과 통화를 해야 했고 조금도 힘든 내색 없이 결국 환자에게 직접 다녀오기까지 했다.
국내 최초로 '국제완화의학' 자격을 취득한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담당의 정극규 교수는 현재 국내 유일의 완화의학 전문의로 말기암 환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해주고 있다.
정교수는 "사망선고를 받은 말기암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 외부와의 단절, 죽음 앞의 두려움 등 때문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심리적 고통까지 수반하게 된다"며 "이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다른 방향의 새로운 인생을 편안히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내 몫이다"고 담담히 이야기를 꺼냈다.
정교수는 외과의 시절 말기암으로 통증을 호소하고 죽어가는 환자들을 대하면서 '치료'와 '박멸'의 한계 때문에 이러한 '완화의료'라는 길을 선택하게 됐다.
호스피스 전문기관과 전문가가 국내에 없다는 현실과 적절한 진통제 처방이 어렵다는 현실은 말기암으로 고통받아 죽어가는 환자들을 지켜보는 정교수를 안타깝게 한다.
정교수는 "국내에 호스피스 가관이 많지만 전문가 부재로 비의료적 치료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호스피스 분야도 각 전문영역이 필요한 부분인데 대부분이 간호사나 자원봉사자, 종교인으로 구성돼 있을 뿐 의사들은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으로 정교수는 제도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제재로 몰핀 등의 진통제와 펌프 등의 진통제 투여 기구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러한 것들은 이미 외국에서는 대중화 돼 이용되고 있는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가 심한 것은 큰 문제점이다"라고 정교수는 말했다.
이어 의료수가체제의 문제로 의사들이 호스피스분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게 되는 것과 호스피스 전문 기관의 경영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없는 점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정교수는 "미국의 경우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자원봉사의 영역이 아닌 하나의 상업적 비즈니스 영역으로 속해있다"며 "여러 호스피스센터들이 호스피스 플랜을 가지고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진보적이고 역량있는 의료진들과 센터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말기암 환자들의 통증관리는 일회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24시간 환자옆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줄수 있는 전문기관과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고 정교수는 단언했다.
"일반인들과 의사들이 완화의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서로 협조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정교수는 다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발걸음을 옮겼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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