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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보완·개선 시급하다"
[ 2004년 07월 04일 11시 41분 ]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그를 일컬어 '천년 미륵같은 성품과 거대한 바위산 같은 정의로움'을 지녔다고 극찬했다.

그는 또 한편에서는 '노동계의 대부'로 통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 앞에는 '실천적 휴머니스트' '고독한 실천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심지어 그는 '사형선고'까지 받은 경험이 있다. 1981년 '전국노동자 연맹' '전국민주학생연맹' 등 두 조직 사건의 '우두머리'로 체포돼 법정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약 8년간 독방생활을 했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복지부 장관을 지내는 등 인생의 극과 극을 달렸다.

이처럼 극단적인 인생행로 만큼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엇갈린다. 보건의료계에서는 그를 두고 '실패한 전직 복지부 장관'이란 인식도 적지 않다.

“참여정부, 보건복지 정책에 알맹이가 없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이태복 전 장관은 극단적 인생행로만큼 장관 재임 중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국 2001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듬해 1월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지만 같은 해 7월 개각을 통해 6개월 남짓 단명장관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최근에는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초빙교수로, 그리고 (사)'인간의 대지'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보건복지 전문가로서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참여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은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참여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에 낙제점을 매겼다. 구호만 거창하고 알맹이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보건복지 정책 기조인 공공의료 강화에는 실제 내용이 없습니다. 단순히 의료의 공공성 확보만으로 보건복지 문제가 풀리지는 않습니다. 의료의 공공성 문제는 단지 병상수를 확대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단지 공공의료기관 확대라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공병원의 병상수 확대와 함께 복지행정의 선진화, 국민의식 전환 등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서비스 서비스 개선과 운영의 효율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또한 보건의료 현장에서 의료신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너무 늦습니다."

보건의료계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복지행정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복지행정 선진화와 함께 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잘못된 생각도 전화시켜야 합니다. 건보재정의 내실화와 예방의학적 차원에서 국민건강증진 대책을 마련하는 등 하드웨어(병상수 확대)와 소프트웨어가 적절히 결합할 때 실질적인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의약분업 최대 손실은 의료계를 불신하게 만든 것"

의약분업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다소 불안하다.

“현행 의약분업은 신속한 보완과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을 감당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는 의약분업이 지금처럼 혼란을 겪고 있는 데는 도입 초기 인프라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의약분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필수적인 인프라가 먼저 필요했지만 정부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논쟁만 벌이다 실제 필요한 준비작업을 못했습니다."

의약분업 제도를 도입하기 전 만성질환자 대책이나 부실한 건강검진시스템 개선책, 그리고 약가 정상화 등의 사전 준비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정부 고위 당직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관료주의가 한 몫 했다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청와대 입각 후 당정회의서 정부 고위 관료들이 보건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우리나라 지도층이 얼마만큼 사회적 현안문제에 무기력하고 무능한지 보여줬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처방이 아니라 종합처방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무엇보다 의약분업에 따른 가장 큰 폐해를 국민들이 의료계를 신뢰하지 않게끔 만든 것을 들었다.

“의약분업의 가장 큰 손실은 환자들이 의사를 불신의 눈으로 보게 한 것입니다. 장관제직시 의료계의 비리문제를 언론을 통해 발표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문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약산업 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

2002년 7월 개각과 함께 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날 때 그의 입에서는 폭탄성 발언이 터져나왔다.

'다국적 제약사의 로비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여운을 남긴 그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로 이어져 한동안 국내 제약업계를 뒤흔들었다.

“다국적사가 외국에서는 대부분의 의약품에 대해 약값을 내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관 시절 이 부분은 다로 조사를 시켜 확인한 것으로, 대다수 품목이 외국과 약가 차이가 났습니다."

그러나 로비설의 진위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자국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 주는 것은 일견 부러운 측면도 있고,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고 있다. 그러나 약가인하 부분에 대해서는 다국적사나 미국 정부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복지부 장관 시절 추진하고자 했던 약가인하 정책에 대해 여전히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소신을 보였다.

“당시 제약계 관련 단체에서 약가를 2% 자진인하 하겠다고 제안해왔지만 그것 가지고는 800억원 대의 재정절감 효과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만일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했다면 아마 상당한 효과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전직 복지부 장관으로서 현행 약가에 엄청난 거품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결국 제약산업과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비정상적인 시장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국내에서 카피제품을 보존시켜주는 제약정책은 더 이상 안되며, 신약개발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비정상적인 시장질서를 바로 잡아야합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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