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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치의에서 지역민의 주치의로"
[ 2002년 10월 05일 15시 00분 ]
"잘 먹고, 잘 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었습니다."
웬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건강 관리법이다. 그러나 이처럼 지극히 평범한 건강 관리법이 지금까지 대통령의 건강을 유지해온 비법이라니 새삼 눈길이 간다.
지난 98년 3월부터 4년이 넘도록 대통령 주치의를 맡아온 허갑범 전 연세의대 교수는 대통령의 건강 관리에 있어 특별한 비법이나 '왕도'가 없음을 강조한다.
"김 대통령은 원래 건강이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주치의로 근무하는 기간동안 적절한 식사조절과 운동 충분한 수면등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허 교수는 지난 8월 40여년간 근무해온 연세의대를 정년퇴임하면서 대통령 주치의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정년퇴임 이후 개업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측에 미리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아무래도 개업의가 대통령 주치의를 맡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건강에 대한 안부를 묻곤 합니다."
이제는 지역민의 주치의로
허 교수는 연세의대를 정년퇴임 한 후 지난 9월부터 신촌 사거리 부근에 '허 내과'를 개원했다.
현재 '허 내과'를 찾는 환자의 상당수는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에서 그에게 수년간에 걸쳐 꾸준히 진료를 받아온 이들이다. 그가 세브란스병원 인근에 개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의대 교수로 재직해오면서 너무 바쁘게 지내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여유를 갖고 성인병 예방 활동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현재 한국성인병예방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 교수는 협회와 함께 성인병 예방을 위한 무료 건강강좌와 홍보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당뇨병 박사'인 그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한국인의 당뇨병 맞춤치료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현재 2003년 6월 개원을 목표로 '21세기 당뇨병·비만 연구소' 건립을 추진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당뇨병은 가장 큰 특징은 스트레스나 운동 부족, 과식으로 인한 복부비만이 주요인이라는 것입니다. 팔·다리는 굵지 않으면서 배가 나오는 복부비만이 심할수록 인슐린 저항성과 고혈압, 이상지혈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심장병 등의 성인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허 교수는 이러한 한국형 당뇨병을 '빈곤과 풍요의 충돌로 인한 질병'으로 규정한다.
즉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국내 당뇨병 환자들은 50년대 출생해 6∼70년대 보리고개를 겪으면서 단백질이 부족한 성장기를 거치다가 80년대 급작스러운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스트레스나 운동부족, 과식등으로 인한 복부비만이 당뇨병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당뇨병·비만연구소 건립이 완공되면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와 공동으로 한국형 당뇨병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의권(醫權)이 곧 국민의 건강권"
2000년 '의료대란' 당시 대통령 주치의를 맡고 있던 허 교수는 상당히 심한 마음 고생을 겪었다.
동료교수들이 의약분업 시행에 반대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었지만, 대통령 주치의로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행동을 취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당시 대통령에게 '의약분업을 해서는 안된다, 일본식 선택분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에 걸쳐 건의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속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허 교수는 당시의 곤혼스러움을 떠올리며 말끝을 흐렸다.
"이미 의약분업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흘렀고, 이제는 미래지향적인 대안제시를 해야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의료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의권과 국민의 건강권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정부에서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김상기기자(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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