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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여행은 목숨도 앗아간다"
[ 2004년 03월 24일 10시 28분 ]
얼마전 '대한여행의학회'라는 조금은 특이한 이름의 학회가 발족식을 가졌다. 얼핏 생각하면 여행에 필요한 의학쯤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곳엔 여행의학에 대한 한 의학자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대한여행의학회는 이준상 회장(고려의대 기생충학교실)이 4년간의 장고 끝에 얻어낸 노력의 결정체이다. 기생충학 박사의 유별난 여행의학 사랑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모르면 당한다"
이준상 교수의 여행의학에 대한 관심의 시발은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생충학 관련 행사 참가를 위해 이디오피아의 수도 아다스 아바바를 찾은 이 교수는 예상치 못한 긴급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바바의 해발(2500m)을 생각하지 않고 혼자 맥주와 위스키를 마신 그는 다음날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두통, 오심, 구토 증상을 겪어야만 했다.
"당시는 한국의사의 응급처치로 상황을 모면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만약 사전에 알았더라면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텐데"
여행의학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낀 이준상 교수는 이때부터 연구를 시작해 몇 년 후에 '해외여행과 건강'이라는 책까지 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
달랑 책 한권을 집필해 놓고 만족할 그가 아니다.
이준상 교수는 1999년 우연찮은 기회에 국립보건원(현 질병관리본부)장 자리에 오르게 됐고, 여행의학회 창립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관련단체장들도 이 교수의 의도에 동조를 표했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새삼 느꼈다. 보건원에서 보낸 2년 6개월이란 시간은 의학회 설립의지를 더욱 견고히 해 주었다"
여기에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동남아시아를 갔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끝내 숨을 거둔 KBS PD 사건은 의학회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안타까움에 가슴을 치며..."
"혼전 임신이 혼수품목 1순위가 된 상황에서 임산부가 신혼여행지로 아열대기후 지방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는 현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말라리아가 임산부는 물론 태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만 있었더라도 그처럼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텐데..."
이준상 교수는 해외여행자들이 못 미더워 애간장이 탄다. 이 때문에 여행의학회를 만든건 당연지사.
대부분의 해외여행객들이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으로 인해 열대풍토병에 걸리는 위험을 간과해 버리고 있다고 이 교수는 토로한다.
"여행의학은 예방의학"
이준상 교수는 여행의학을 예방의학이라고 정의내린다.
여행 전 철저한 교육과 예방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게 바로 그의 관점에서 바라본 '여행의학'인 것이다.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 예방을 위해 여행 전 꼭 약을 복용하고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 응급구조법을 배워야 한다"
이때문에 의학회 임원 역시 의사 중심이 아닌 여행사, 항공사, 방송사, 응급구조사 관계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과의 상호 연계를 통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이 교수의 최종 목표다.
"국민들이 여행에 필요한 의학지식을 확실히 숙지하는 그날까지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 교수의 집념이 여러 해외여행자들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 그에게 고마움마저 느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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