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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수가 공감대 형성 위해 신뢰확보 시급"
[ 2004년 03월 17일 16시 32분 ]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정책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제4정책조정위원회 허윤정 보건복지 전문위원으로부터 현안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신자유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시장 개방, 영리법인 허용, 민간보험 도입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열린우리당은 이에 동의하는가.
참여정부의 철학은 '참여복지'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국가의 책임 강조, 보건복지의 보편성, 정책결정과정에 국민 참여를 근간으로 한다.
의료시장 개방이나 영리법인 허용, 민간보험 도입 등은 참여정부의 정책으로 결정된 바 전혀 없으며, 이런 논의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복지부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일 뿐 구체적인 입장이 결정된 바 없다.
의협은 의약분업이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환자 비용부담만 늘어났다며 선택분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최근 경남 산청군민들의 의약분업 반대시위가 있었고 일부 농어촌지역의 경우 분업후 의료비 증가로 인해 불만이 적지 않다. 여당은 의약분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의약분업 재평가는 무엇을 전제로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틀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냐, 아니면 틀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냐가 중요하다.
의약분업이 불편을 초래하고, 비용이 늘어났다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 분업후 약물 오남용이 감소했고, 항생제 내성에 대한 평가는 2~3년 안에 불가능하다.
최근 산청군민들이 의약분업 반대시위를 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시행과정에서 문제는 다 있게 마련이며, 지속적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다.
산청군과 같은 농촌지역은 분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다시피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고, 도농간 의료불균형 문제가 결부돼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의약분업 자체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시행한지 4년밖에 안된 의약분업을 전면재검토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평가는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10년후에도 불편이 많다면 전면재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공공의료 30% 확충을 위해 일부 국립병원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병상이 과잉공급된 상황에서 병상을 늘리는 것은 이같은 문제를 부추길 뿐 아니라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OECD 국가중 최하위수준이다. 따라서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민간의료기관에 타격을 줄 것이란 주장은 성립되지 않으며, 오히려 민간이 90%를 차지하고 있고 대도시에 집중된 것이 문제다.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은 상호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와 여당은 공공의료를 지역암센터와 재활병원, 노인전문병원, 응급의료 등을 중심으로 취약지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다.
보장성 강화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한 기본방향은 무엇인가.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비급여항목을 축소하고 급여로 대폭 전환해야 하며, 특히 필수적 의료서비스는 급여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암과 같은 질병을 가계파탄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부담상환제를 내실있게 실시하고, 중대질병에 대한 본인부담 감액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험서비스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부담은 적게 하고 보장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의료계도 적정급여와 적정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선택진료나 과잉진료를 억제해 정면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는다.
지난해 포괄수가제 전면시행이 의료계의 저항으로 좌절된 바 있지만 총액예산제 도입 등 지불제도 개편 요구 또한 적지 않다. 반면 의료계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갈등소지를 안고 있다.
국가 예산은 한정돼 있고, 앞으로 노인요양비용으로 대부분 충당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DRG는 시범사업과 본사업을 거쳤지만 의료계 저항 때문에 전면시행이 유보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DRG가 의료계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다. 막연히 반대할 것이 아니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2006년까지 의사수가와 병원수가를 분리하고 나면 총액예산제 등과 같은 새로운 수가제도 논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적정수가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신뢰 확보가 시급하다. 존경받는 의사상이 정립돼야 하며, 이를 위한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정부는 고가약처방을 억제하기 위해 성분명처방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약의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간다고 고가약처방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성분명처방제로 전환하면 고가약처방 억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와 병행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면 가능할 것이다. 성분명처방제 확산으로 국민의 조제편의성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분명처방에 찬성하면 약사회편, 그렇지 않으면 의사회편이라는 유아적 논쟁은 하지 않아야 하며, 중요한 것은 약효동등성시험을 믿을 수 있느냐이다.
의협이 이번 총선에서 정치세력화를 위해 의사와 친의료계 인사의 당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정부와 여당이 친약계란 인식도 팽배하다.
의사의 정치세력화는 바람직하다. 다만 의료계가 정치세력화 안돼 있느냐하면 그렇지 않다. 의사들은 사회지도층일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쳐왔지만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정부, 여당과 대화가 단절됐고,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가 소외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정치세력화를 위해 스스로 발목잡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될 것이다. 의료계는 야당, 약계는 여당이란 논리를 세워놓고 접근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열린우리당은 열려있다. 의료계가 분업에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효율적인 정치세력화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의료계를 대변할 수 있다. 친의료계냐 아니냐를 미리 규정하는 것은 정치세력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의협이 여당과 자주 만나 정책적인 의견을 교환하고, 입법화 과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는 것 자체가 정치세력화의 시작이다. 의료계가 그런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안창욱기자 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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