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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회사는 시장 독점하지 않는다"
[ 2004년 01월 25일 12시 45분 ]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얼핏보면 고생을 모르고 곱게 자란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얼굴에는 귀티가 흐른다. 말투 역시 자신감이 넘쳐 외고집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편견은 그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중학교 1학년 중퇴의 학력으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충무로의 한 전파상에서 3년을 일했다. 대학 역시 검정고시를 통해 진학했다.
이후 지난 83년 청량리 맘모스호텔의 한 객실에서 출발한 비트컴퓨터가 연매출 2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은 비트의 역사이면서 국내 의료정보업계의 역사이자 조현정 사장의 개인사이기도 하다.
"비트컴퓨터는 지난 20여년간 의료정보화 사업 한 분야에 매진해왔습니다. 비트컴퓨터가 없는 조현정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비트만 잘 살기보다 다함께 공존공생해야"
지난 96년 매출액 100억원대 돌파 이후 이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면서 비트컴퓨터는 승승장구 일로를 걸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비트컴퓨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새롭게 시작한 PACS 사업에서 업체들간 저가수주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대형 SI업체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의료정보시장을 급속히 선점해나가면서 비트컴퓨터의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160억원에 달하는 의료정보화 사업을 수주했다 눈앞에서 어이없게 놓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몇 년전 200억원대의 매출액을 달성한 이래 성장을 멈춘 듯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컴퓨터의 전성기가 다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2001년도 2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한 이후 계속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비트는 섣부르게 회사의 수익을 과대포장하기보다는 실적을 갖고 만회해나갈 것입니다."
비트컴퓨터가 200억원대의 성장점에서 고전하는 것은 조 사장의 경영마인드와 무관치 않다.
적대적 인수합병과 어떻게해서든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하는 국내 기업 문화 속에서 조 사장은 '공존공생'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노력을 자제합니다. 시장에서는 경쟁상대가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이 비트의 경영원칙입니다. 좋은 회사는 독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의 이 같은 생각은 회사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돼 아무리 시장 유지력이 약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퇴출시키기 위한 과당 경쟁을 시도하지 않는다.
때문에 소프트웨어업계에 만연해 있는 저가수주를 통한 과당경쟁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가격할인보다는 향상된 성능의 제품을 공급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것이다.
때론 이같은 경영원칙이 매출 확대에 걸림돌이 되기는 하지만 수익을 부풀리기 보다 실적으로 회사를 키워나가겠다는 그의 경영원칙을 꺽지는 못한다.
"정치는 잘 할 자신이 없습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외부인사 영입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 벤처업계 스타급 CEO들의 총선출마설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을 비롯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등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급 CEO들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치권의 영입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총선 때 모정당으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남궁석 前 정보통신부 장관이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
"올해에도 정당 관계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총선 출마를 요청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를 잘 할 자신이 없습니다. 정치권에 입문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산업의 문화가 되기 위해 덕을 키워야한다'는 그의 말처럼 비트컴퓨터가 문화적 소양이 일천한 국내 의료정보화업계에 '나눔의 문화정신'을 아로새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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