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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말 한마디가 최고의 투자"
[ 2004년 02월 08일 14시 09분 ]
『어제 나의 아버지는 하나의 차트로 바뀌었습니다. 아버지는 다섯시간이나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허약한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원무과 직원들은 참을성이 없었고, 간호사들은 지쳐 있었고, 시설은 예산부족으로 형편없었습니다.(중략)
아버지는 모든 위엄과 자존심을 박탈당한 채 그곳을 통과했지요. 당신들이 기계적으로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매번 되물어보는 귀찮은 환자일 뿐이었지요.(중략) 각각의 진료차트에는 한 사람의 감정이 있고 살아온 내력이 있고 인생이 있습니다. 내일이면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그 위치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중에서)
위의 글은 어느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특히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에서 환자들은 잔뜩 위축된 채, 미로처럼 복잡한 진료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기 일쑤다.
그 과정에서 의료진이나 직원들로부터 친절함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듯 싶다. 때문에 병원을 찾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애시당초 친절을 포기한다.
"병원은 원래 그래. 친절하지 않아도 돼, 그저 병만 낫게 해 준다면…"
서비스는 '100점' 만점 아니면 '0점', 둘 중 하나
그러나 요즘 병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안내도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맞는다. 병원 로비의 진료접수대부터 대기실, 진료실에서도 친절함이 묻어난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이나 백화점을 찾은 듯한 착각마저 인다.
이제 '친절'은 모든 병원들의 화두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친절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한양대의료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 병원은 작년 10월 원내에 '서비스 아카데미'를 개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에 착수했다.
현재 서비스 아카데미는 임천식 팀장을 비롯해 유미경·박미옥씨 등 2명의 전담강사로 구성돼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미옥·유미경 강사, 임천식 팀장>
임 팀장은 서비스 아카데미를 맡기 전까지 20여년간 보험 관련 행정업무를 맡아왔다. 2명의 전담강사 역시 간호사로서 오랫동안 근무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삼성의료원 서비스 아카데미에서 위탁 교육에 참가한 120명의 직원 중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전담강사로 뽑혔다. 한양대의료원에는 이들 외에도 현업과 서비스 교육을 동시에 맡는 겸직강사가 27명 더 있다.
"지금까지 간호사를 비롯해 신입직원, 인턴, 의대 3·4학년등 980여명의 친절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다음주에는 처음으로 의료진에 대한 친절교육이 예정돼 있습니다."(임천식 팀장)
원내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서비스 친절교육은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전화예절, 효과적인 대화법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서울과 구리병원에서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가 서비스 아카데미 교육을 받았습니다. 요즘 들어 주위에서 직원들의 전화받는 태도나 고객 응대 모습이 많아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럴 때면 기분이 좋죠."(임)
서비스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금방 친절이 몸에 베지는 않는다. 더욱이 서비스란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지 않으면 받는 쪽에서는 늘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랜 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사실 서비스는 100% 만족을 시켜야합니다. 99%를 만족시키더라도 1%가 부족하면 '0'이 되는 것이 바로 서비스입니다."(유미경 강사)
서비스 교육에 참가하는 직원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지난달에 수간호사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했는데 어찌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무척 놀랐습니다. 교욱받은 내용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마치 자신이 배우가 된 것처럼 열심히 참가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기도 했습니다"(유)
"의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는 최고의 투자"
서비스 교육이 쉽지만은 한다.
교육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서비스 아카데미의 막내강사인 박미옥씨는 약간 치사한 방법을(?) 동원한다.
"교육생들이 지루해 할 때는 식사시간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하죠. 그러면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고 열기가 뜨거워지죠."
물론 농담이다. 서비스 아카데미에 참가하는 직원들은 생소한 교육에 낯설어하면서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요즘은 친절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교육에 참가한 후 스스로 변화를 다짐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박).
병원을 찾는 직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친절뿐만이 아니다. 환자나 보호자의 시간을 서비스하는 것도 중요하다.
"병원을 찾는 고객들에게 시간 관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자의 대기시간을 단축시키는 것부터 입원 대기시간을 줄여주는 것 등이 바로 시간 관념 서비스입니다. 우리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임)
병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환자에 대한 진료이다 보니 의사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의사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부족한 면이 많다.
서비스 아카데미는 조만간 의사를 대상으로 한 첫 서비스 교육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팀원들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갖는 위치나 역할을 생각할 때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실시되는 의료진 대상 교육에서는 기본족인 서비스 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제는 의사들도 환자를 단지 몸이 아픈 사람으로만 보지말고 고객으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합니다. 의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는 다른 어느 곳에 투자한 것보다 그 효과가 높기 때문입니다."(임)
한양대의료원은 최근 진료 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한다. 혹 친절 교육의 약발이 제대로 먹힌 것이 아닐까 싶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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