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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성에 젖은 주의의무 소홀이 의료분쟁 부른다"
[ 2003년 03월 04일 15시 00분 ]
엄연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기사를 쓰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오보(誤報)'를 내는 것이다. 마감시간이 눈앞에 닥쳐야 비로소 기사를 쓰게 되는 기자의 생리상 시간에 쫓기듯 기사를 작성하다 보면 때로는 날짜, 장소, 이름 등 단순한 사실을 잘못 전달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사실과 다르게 의미를 전달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오보가 두려운 것은 기사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심하면 생사람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은 온전히 기자와 신문사의 몫이다.
기자에게 오보가 두려운 것처럼 의사들 역시 '오진'(誤診)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수년 전 일본 동경대병원의 한 유명한 교수가 죽기 전에 "평생동안 환자를 보면서 25% 정도의 오진을 했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당시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일반인들은 유명 대학병원의 명의가 그 정도로 오진을 했다는 사실에 당혹한 반면, 의사들은 오진율이 그렇게 낫다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편집자주]
"오진, 무조건 의사의 잘못만은 아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2국 이해각 의료팀장은 의사의 오진이 때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오진이라고 해서 무조건 의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제대로 진찰을 하더라도 정확한 진단결과를 내리기 어려운 질환도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맹장염이라고 불려지는 급성 충수염은 의사들이 가장 흔하게 오진을 내리는 질환중 하나이다.
"충수염의 경우 일반적인복통 증상과 비슷해 오진을 내리기가 쉽죠. 지난 2001년도 소보원을 통한 의료피해구제 분석결과 일반외과에서는 충수염 진단이 늦어져 복막염으로 악화된 피해구제 건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이 팀장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 99년부터 의료 피해구제 업무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수만건에 이르는 의료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을 접해왔다.
"의료 피해구제 업무를 시작한 지난 99년에는 피해구제 사례가 27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27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의료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의료법 개정을 통해 환자들의 의무기록지 열람이 가능해지는 등 의료분쟁에서 일반인들에게 좀더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입증하듯 소보원이 의료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를 실시한 지난 99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접수된 의료 상담건은 총 3만8881건으로 평균 1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1차 상담 후 피해구제로 접수돼 사실조사 등을 거쳐 처리한 것은 총 2007건으로 연평균 26%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간 신뢰"
이처럼 매년마다 의료분쟁이 급증하자 이 팀장이 맡고 있는 분쟁조정2국의 업무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때로는 의사와 환자 양쪽에서 오해를 사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서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어느 한쪽의 편에 선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때로는 의사들로부터 전화를 통해 욕을 얻어먹을 때도 있고, 환자들이 직접 찾아와 따질 때도 있죠."
현재 소보원 분쟁조정2국 의료팀에서는 1차 상담후 피해구제로 접수되는 의료 서비스 불만사항에 대해 26개 진료과 56명의 전문의의 자문을 받아 환자의 주장과 병원이나 의사측 주장을 객관적으로 비교·검토하는 절차를 거쳐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낸다.
"그동안 의료 서비스와 관련해 상담을 해오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의사들이 친절하지 않다' '충분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의료진들이 환자들의 이 같은 생각을 이해하고 환자와 충분한 신뢰관계가 형성되도록 노력한다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이 팀장은 의료분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사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환자를 진료할 경우 각 진료 단계별로 의무기록지를 철저히 기록해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환자 진료시 타성에 젖어 주의의무에 소홀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의료법률에 관한 지식을 쌓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간 신뢰관계 형성'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상기기자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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