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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줄 아는 의사의 산실 되겠다”
[ 2003년 12월 14일 14시 42분 ]
밝은 얼굴로 환대하긴 했지만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가톨릭의대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발로 직접 뛰며 풀어내는 천명훈 학장(해부학 교실)에게는 말이다.
“성의회관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직접 기부 약정서를 들고 뛰어다니다 보니 틈이 잘 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두달 이내에 기부금 조성일을 마무리 할 계획입니다”라고 천 교수는 결의를 다진다.
천 교수의 책상에 놓여있는 ‘성의회관 건립 기부금 약정서’들은 그의 이러한 다리품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었다.
가톨릭의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성의회관 건립과 내년도에 맞이하게 되는 개교 50주년 행사. 새롭게 의대 학장에 취임한 천 교수는 이 두 가지 중요한 사업을 어깨에 지고 있는 만큼 책임이 무겁다.
“참 중요한 시기에 학장의 자리에 앉게 된 만큼 보람도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라고 천 교수는 다짐을 내비친다.
성의회관 건립 기금 조성을 위한 약정서를 들고 직접 동문들을 찾아나서는 천 교수는 지금까지의 의대 교육에 대한 장단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천 교수는 “극명하게 대립되는 두 가지 경우를 보게 됩니다. 어떤 동문은 약정서를 받아가기 위해, 돌려주기 위해 직접 찾아오기도 하는가 하면 어떤 동문은 요즘 의료계의 어려운 상황을 내세워 직접 찾아간 발걸음을 무색하게 하기도 합니다”라고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이 같은 대립된 두 모습에 대해 천 교수는 한가지 불변의 지론을 내세운다. 바로 ‘사랑받은 사람만이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것’.
“자신이 의과대학 생활을 할 때 학교로부터, 교수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경제력과 무관하게 기꺼이 기부금을 약정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라고 그는 견해를 피력한다.
이러한 측면서 그는 향후 의대 개교 100주년이 될 시점의 의대 미래상에 대해 ‘사랑할 줄 아는 의사를 만들자’라는 마스터 플랜을 제시하고 나섰다.
“최근 의사에 대한 정체성이 전 사회적으로 거론되며 그 위상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 또한 그동안 의대 교육의 병폐라고 생각합니다. 의학 술기를 주입시키는 것이 의대 교육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사랑을 가르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대 교육의 목표 아니겠습니까?”
이 같은 진리를 새삼 깨달은 천 교수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교육 방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학생들의 슬픔을 이해하려 했었는가, 학생들의 손 한번 따뜻하게 잡아준 적이 있었던가, 성적이 안되니 너는 낙제야...라는 모진 말만을 한 것은 아니었던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천 교수는 "참 부족했던 점이 많았더군요. 제가 그동안 받아왔던 사랑의 절반도 체 베풀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라고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그래서 그는 학장의 임기를 맡고 있는 동안 '사랑을 전하는 의대 교육'의 토대를 마련할 생각이다. 또한 이 결심이 바로 50주년을 맞이한 가톨릭 의대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렇게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천 교수와 가톨릭의대는 분명 사랑을 가르친 한 스승과 학교였나 보다. 천 교수 책상에 놓여있는 적지 않은 사랑 담긴 기부금 약정서가 이를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보직을 맡게되는 시점부터 보직을 그만둘 때를 생각한다는 천 교수다. 임기를 마칠 때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개교 반백년을 맞은 가톨릭의대의 현재와 미래는 앞으로 건립될 성의회관과 첨단 의학시설 등 외형적인 것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었다.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해 의사로서의 사랑을 가르치고자 하는 천 교수가 선봉이 된 교수진의 교육과 사랑의 실천에 그 가능성이 잠재돼 있었던 것이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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