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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적자' 박 사장은 '흑자'
[ 2003년 12월 07일 11시 45분 ]
우리나라에서 단일 규모에 비례해 환자 수 역시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서울아산병원. 올해는 1일 7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경증 환자 뿐 아니라 중증 암환자까지 병원에 대한 입소문이 회자되면서 경향 각지서 몰려드는 환자가 넘쳐난다.

외부에서는 누구나 병원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이 병원의 수장인 박건춘 원장은 환자를 이렇게 많이 봐도 적자라고 하소연했다. 그가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5일 모처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편집자 주]

그는 이 날 여러 차례 농담이 곁든 뼈있는 격한 용어를 구사하며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2000병상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는 고민담도 전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20년 후 우리나라의 의료 모양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간담회의 운을 뗐다. "인간의 본능이 좋은 물건 싸게 사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이 보건의료에 대해서는 부당하게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 당사자가 정부라는 것이 박 원장의 주장이다. "정부가 국민을 착각하도록 만들었다"며 "서울아산병원의 진료를 포함한 전반적 시스템이 과연 정상적 이라고 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많게는 17~18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는 의사가 태반이다. 제약사 영업 담당자들이 저녁때나 돼야 나타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낮에는 의사를 만날 수 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 대목서 이런 의사생활을 하는 곳을 "유태인 수용소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에게는 그래도 위안거리라도 있다고 웃었다.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다가온다"며 "사람이 할 짓을 하고 있어야 살 맛 나는데 다행인 것은 죽을 시간이 빨리 다가와 다행"이라고 말해 쓴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날 모임에서 '농반진반' 격으로 '죽음'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했다. 이 '죽음'은 상징적으로 한국 의료의 '사망'에 견주는 느낌을 받았다.

"환자가 늘면서 오히려 적자가 쌓이는 곳이 있다"

그는 올해 경영성과를 묻자 상당히 역설적 화법으로 병원계 어려움을 대변했다. "열심히 환자 봤지만 아마 20억에서 30억 정도 적자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밑에 있는 식당 등의 박 사장이 벌은 돈으로 이 걸 메꾸면 좀 남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가 말한 박 사장이란 서울아산병원의 장례식장과 식당 등 후생사업 대표자가 본인으로 돼 있는 것을 은유적으로 빗댄 말이다. 즉, "진료부문은 적자를 봤는데 장례식장하고 식당 등에서 돈을 벌어 이를 충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용역회사 사장인지 아님 포주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병원 경영과 관련, 그는 한 가지 비화를 소개했다. "병원 수술장과 중환자실을 포함해서 매년 쏟아 붓는 돈이 170억에 이른다. 소위 적자분이다. 만약 우리가 이 돈을 10년간 모았으면 이만한 병원을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장은 어려운 의료제도하에서도 불구 병원의 사회적인 책임론과 역할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사람은 감성적이라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땅에 발을 부친 의사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이성과 감성으로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언제쯤 피부에 와 닿을 수 있을지….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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