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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는 물론, 선생도 믿지 말라"
[ 2003년 11월 26일 15시 49분 ]
구한말 한국의 전통의학과 서구의학을 연결해주는 교량역할을 한 선구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리바르트 분쉬 박사. 그는 1901년부터 4년간 고종의 시의(侍醫)로 일하면서 당시 세계 의술의 선도적 위치에 있던 독일의학을 한국에 전파해 한국 의학 발전에 주춧돌 역할을 한 최초의 독일인 의사였다. 대한의학회는 이러한 분쉬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분쉬의학상'을 제정했고, 올해로 13회를 맞이했다. 금년 분위의학상 수상자는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 김 교수는 뇌졸중의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분쉬의학상을 수상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봤다.
[편집자주]
Sound of silence
환자 본인 외에는 어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뇌졸중의 고통을 김 교수는 'Sound of silence'라는 말로 표현했다.
"뇌졸중에 의해 감각장애가 발생하면 아무리 의사라하더라도 환자의 아픔을 알 수 없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손가락부터 시작되는 감각장애는 부지불식간에 온몸으로 번지고 고통이 더욱 심해지면 'Crying of silence'가 된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그가 뇌졸중에 남다른 애착을 갖은 이유는 여러 뇌졸중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맘속으로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교과서를 믿지 말라"
김종성 교수는 교과서는 읽되, 믿지는 말라고 강조했다.
교과서를 맹신하면 발상의 전환이 어려워 새로운 치료에 눈을 뜰 수 없기 때문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김 교수는 '교과서 맹신'의 대표적 예로 '왈렌버그(Wallenberg) 증후군'를 들었다.
"기존 의사나 학자들은 왈렌버그가 연수 손상 반대쪽에 감각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이는 교과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선생도 믿지 말라"는 그의 말에서 발상의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배어났다.
피와 땀
"옛 선배 의학자들은 진료 장비가 없어 뇌졸중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환자 사망후 가족의 동의를 얻어 그 뇌를 가지고 연구를 했다"
"하지만 요즘은 MRI, fMRI, PET 등 최첨단 장비로 보다 편리하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 졌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피와 땀'이라는 문구를 던졌다. "한걸음 한걸음 노력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술을 펼칠 수 없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산악인 박영석씨의 "산에 오르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 교수는 "연구를 하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생활한다고 밝혔다.
환자의 고통을 맘으로 느끼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치료기술을 찾으려 노력하는 김종성 교수, 그에게 분쉬의학상 수상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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