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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진료만이 의술 아니다"
[ 2003년 11월 13일 00시 25분 ]
"의술의 활용이 환자 진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사 출신의 제약사 PM'(Product Manager)이란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 아스트라제네카 박상진 PM의 지론이다.

독일 교포 2세인 그는 서투른 한국말이지만 또박또박 '의술 활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상식적 수준에서 벗어나 의사가 의사에게 진료에 필요한 최신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도 또 다른 의술활용 아닐까요?"

독일에서 레지던트 과정 중이었던 그가 선망의 직업인 의사를 고사하고 제약사에 뛰어들기까지는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당시 의학 외에 다른 학문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의학기술을 다른 분야에서 활용해 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 잡혔고 쉽지 않은 결정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시절 만났던 한 여 의학도에 대한 사랑은 그의 결정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4개월 교제하고 함께 독일로 갔는데 그곳에서는 아내의 의사면허가 허용이 안돼 아내에게 늘 미안했습니다. 아내와 상의 끝에 한국행을 결심했죠"

현재 그의 아내 윤계진씨는 경기도 수원에서 소아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아 아스트라제네카에 입사한 그는 서투른 한국말과 제약사 직원을 대하는 국내 의사들의 냉대에 적잖은 고충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의사와 제약사의 관계가 독일과 달라 당황스러웠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더라구요"

"이제 한국어 실력도 늘었고, 자신감이 생겨 업무가 한결 수월해졌어요"

환한 웃음에서 묻어나는 여유가 한량없이 멋있어 보이는 그다. 하지만 이런 그가 국내 제약사와 의사의 관계에 대해 말 할 때는 목에 힘이 한껏 들어갔다.

"제약사가 경영을 위해 의사를 필요로 한다면 의사는 의술을 펴기 위해 제약사를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제약사와 의사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인 셈이죠"

"호전되고는 있으나 국내는 아직까지 제약사와 의사의 관계가 수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제약사 PM으로서가 아닌 의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상진 PM은 현재 유방암치료제 '아리미덱스'와 마취제 '디프리반'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학술 분야에 치중, 의사들에게 보다 최신 지견을 전해, 국내 의학발전에 일조할 수 있는 파수꾼 노릇을 자청한다.

"의사의 길을 접고 지금의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나름대로 제가 쌓은 의학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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