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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로 어려운 환자들의 마음속 상처까지 치유"
[ 2003년 06월 07일 15시 00분 ]
방문을 열자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가 흘러나왔다. 병원에서 듣는 슈베르트의 느낌은 사뭇 비장하다.
사무실을 들어서자 창가에 놓여 있는 미니 컴포넌트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클래식 CD가 눈에 들어왔다. 대략 눈짐작으로 70∼80여장은 족히 될 듯 싶다. 역시나….
음악가를 꿈꾸다
한양대구리병원 소아과학과 오재원 교수는 바이올린을 켜는 의사로 유명하다. 이미 그는 병원내에서 매달 정기공연을 갖는 유명 바이올린니스트다.
지난 3월부터 병원내 1층 로비에서 매달 한 번씩 환자들을 대상으로 음악공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키론 트리오와 함께 하는 환우와 가족들을 위한 음악산책'이란 긴 제목의 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에서 오 교수는 바이올린을, 2명의 자원봉사자가 피아노와 첼로를 맡아 바흐의 '아베마리아'와 가곡 '내 마음의 강물' 등 6곳을 연주, 환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가 음악과 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음악가가 되는 게 꿈이었죠. 하지만 부모님을 비롯해 형제들이 모두 의약계 쪽과 연을 맺고 있어 저도 결국 음대진학을 포기하고 의대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아쉽게 놓아버린 음악가의 꿈은 한양대의대 오케스트라인 '키론'(CHIRON)으로 이어졌다.
오 교수는 지난 73년 창단된 키론의 멤버로 활동하며, 1980년 제 5회 정기연주회와 7·8회 정기연주회의 악장을 맡는 등 화려한 음악인생(?)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의대 오케스트라와 비발디의 4계를 협연하기도 했다.
"웬만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큰 어려움 없이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음악가가 되기보다는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쉬울 것 같더라고요."
'서울 지역 꽃가루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 교수는 천식이나 비염, 결막염과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 물질로 알려진 꽃가루 알레르기와 관련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가 꽃가루 알레르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멤피스에 위치한 테네시주립대 연수시절이다.
당시 미국 현지 TV방송에서 일기예보와 함께 꽃가루 알레르기 지수를 예보하는 것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중 자신이 직접 꽃가루 예보 방송에 필요한 자료를 취합해 방송국에 보내는 일을 맡았다.
미국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오 교수는 지난 97년부터 서울을 비롯 경기(구리), 강원, 천안, 대구, 광주, 부산, 제주 등 전국 8개 지역서 일주일에 한번씩 보내오는 꽃가루를 모두 취합해 판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오 교수의 꽃가루 분석작업은 대한 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가 지난 95년부터 알레르기와 호흡기 질환 분야 전문의들로 구성된 꽃가루 역학조사팀을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역학조사팀의 분석책임자인 그는 지역별로 꽃가루 채집 담당자가 관련 정보를 보내오면 주간단위로 전국의 꽃가루 정보를 정리, 분석해 인터넷(www.pollen.or.kr)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알레르기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꽃가루는 천식이나 비염, 결막염과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 물질입니다. 앞으로 국내 방송에서도 일기예보를 하듯 알레르기 주의예보를 전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음악과 의학의 신 '키론'
오 교수가 활동한 한양대의대 오케스트라 '키론'은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음악과 의학의 신으로 불려진다.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한 '키론'은 제우스의 아들 아폴로와 딸 아르테미스에게 가르침을 받아 의학과 음악에 모두 능통했다 한다.
오케스트라의 명칭을 지은 이가 바로 오 교수다. 어쩌면 그는 환자의 가슴에 댄 청진기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울림을 듣는지도 모른다.
매달 한번씩 환자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그의 모습은 의술만으로 치료할 수 없는, 아픈 이들의 마음 속 상처까지 어루만지는 '키론'의 또 다른 꿈은 아닐까 싶다.
"한번 찾아온 환자는 다음에 다시 내원 할 때가지 두근거리며 기다리게 됩니다. 의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가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김상기기자(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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