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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에 담은 유별난 의술 사랑
[ 2003년 10월 12일 23시 41분 ]
"대∼한민국"이란 응원의 목소리와 붉은 파도의 물결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02년 6월.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적인 쾌거이후 국내 K리그와 대표팀 A매치경기에는 예년과 다르게 축구를 사랑해 응원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가운데 주말이면 축구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매니아의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월드컵 4강의 성공신화에 일조한 한국 월드컵 조직위원회 의무 전문위원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의부분과위원인 윤영설(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FIFA 의무분과위원으로 활동
윤영설 교수가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7년 국립보건원에서 공중보건의 교육을 받던 시절. 88년 서울올림픽에서 활동할 '영어 잘하는 공중보건의사'로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것이 시초였다.
서울올림픽조직위의 '축구 약물검사 담당관'으로 배치돼 업무를 수행하던 중 축구지도자 강습회에서 동시동역을 맡게 됐고 여기서 박이천, 김진국씨 등 어릴 때의 축구우상들과 친교를 맺게됐다.
이것이 인연이 돼 87년 말에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남미 전지훈련에 합류, 처음으로 국가대표 팀닥터가 됐고 이후 98년 프랑스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축구연맹 위원장, 현재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처음 맡았던 일은 88년 서울올림픽에서 축구 약물담당관이었고 이후 국가대표 팀닥터 겸 통역사로, 97년에 아시아축구연맹 의무분과위원장, 98년 프랑스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축구연맹 위원장을 맡은 이후 FIFA 의무분과위원으로 결정됐다.
FIFA 의무분과위원은 임기 4년의 봉사직. 축구를 좋아하고 꾸준히 활동을 해왔던 사람이 각 나라에서 추천되는데, 세계 6대륙에 각각 2명씩과 유럽에는 2명을 더해 총 14명으로 인원이 구성, 지난 98년부터 축구 관련 업무를 해왔다.
잊을 수 없는 축구선수
팀탁터로 FIFA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맺은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관계를 물어보기 위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다들 친하고 기억에 남지만 누구보다 이임생 선수가 아련히 기억에 남는다"며 "그 때 이후 친형제간이나 다름없이 지낸다"고 끈끈한 정을 내비쳤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 전에서 눈 옆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던 이임생 선수와의 일화를 들어봤다.
"당시 이임생 선수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첫 번째, 두 번째 경기는 나가지 못하고,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 후반전에나 뛸 수 있었다. 경기에 나가며 너무 좋아했던 이임생 선수는 날아다닐 정도로 뛰어다녔는데, 그만 또 부상을 당해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우리나라가 이긴 거나 다름없었던 훌륭한 경기였다. 이러한 기쁨도 잠시, 이 선수를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서두르는데 그가 내 팔을 잡으며 '선생님, 조그만 있다 가요. 저 함성소리 더 듣고 싶어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축구선수로는 최고로 뛰고 싶은 자리임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그때 이 선수와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FIFA위원과 의사, 그리고 가장
보통 60대∼70대인 FIFA 의무분과위원 중 윤영설 교수는 최연소다. 무보수 자원봉사직인데다 시간을 많이 뺏기는 데도, 윤 교수는 축구 일을 무척 즐거워했다. 바쁜 와중에도 관심을 갖고 공부해 '스포츠의학 전문의'가 됐으니. 그는 요즘도 아침 6시 30분에 출근, 병원 업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축구관계 일을 본다.
외과 의사답게 또 축구선수인 것처럼 '씩씩하다'는 인상을 주는 윤 교수에게 '축구는 어느 정도 관람하느냐', '축구와 진료로 인해 가족들과 자주 대화할 기회가 없지 않느냐' 라는 질문에 "주말이면 축구장을 찾아 경기를 보려고 한다"며 "예전엔 병원과 축구일로 가족들에게 소홀해 미안했지만 병원측에서 많은 이해를 해줘 주말에 가족들과 같이 축구관람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개소한 외국인 진료소에도 매진할 생각"이라며 "좋은 가장으로,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웰컴 투 코리아
하루도 축구 경기가 없는 날이 없는 만큼, FIFA 위원들도 안 가보는 나라가 없이 바쁘게 지낸다. 윤영설 교수는 2000년 레바논 아시아컵 축구대회에 갔을 때 큰 교훈을 얻어 돌아왔다고 했다.
"운동화를 사기 위해 레바논 시장에 갔었는데 신발종업원이 '웰컴 투 레바논'이라고 해 놀랐다"면서 "이는 어느 다른 곳을 찾아갔을 때도 마찬가지여서 따뜻한 감정이 와 닿았다"고 전했다.
몇 십년 동안의 내전으로 생활이 어려울 텐데, 외국인을 대하는 표정과 태도가 너무 깍듯하고 영어를 못하더라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반겼기 때문이다.
그 덕에 떠나는 날까지 기분이 좋았다는 그는 영어를 다 잘할 수 없는 걸 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웰컴 투 코리아"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다면 '좋은 나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친절은 영어실력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라며 "병원에 있는 사람들도 외국인에게 친절한 미소를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김정민기자 jm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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