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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통장' 같은 전공의 현실
[ 2003년 09월 03일 09시 27분 ]
2003년 오늘, 대한민국 전공의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루 15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시간. 일주일에 몇 번씩 돌아오는 당직근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의사로서의 미래와 액수가 불어나기만 하는 마이너스 통장.
의료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의료계가 '깊은 절망'에 빠졌다. 전공의들 역시 '장밋빛 미래'보다는 '가시밭길로 가득찬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젖어 있다.
과연 전공의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전공의 생활 4년, 마이너스통장만 남았다
"전공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공의가 단순히 의료기술을 전수받는 입장에서 현실적인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희생의 결과는 타직종에서 근무하는 비슷한 연배에 비해 나을 것 없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뿐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임동권 회장(서울백병원 안과 3년차)의 말이다.
오전진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지친 표정이었다. 황금 같은 점심 휴식시간을 빼앗아가며 인터뷰를 해야하는 일이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친 표정의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맥빠지는 소리뿐이다.
"저 역시 다른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대출 한도를 넘어서 더 이상 대출도 힘든 상황입니다."
전공의라는 신분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하기에 경제적인 문제는 그에게 큰 부담이다.
"하루 15시간 넘게 한달 내내 일해도 전공의에게 돌아오는 월급은 이백만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대부분 전공의들의 현실입니다."
며칠씩 꼬박 밤을 새며 일하는 자신의 수입보다 대기업체에서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친구의 월급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에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다.
속내를 잘 모르는 이들이야 여전히 의사라는 이름의 전문직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지만,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달라져가는 현실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의사가 힘들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들려오는 개원가의 경영난이 일부에 국한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이제 일반화된 현실입니다."
의사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전공의 노조
의사사회도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본적인 것들이 변화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회 속에서 의사의 역할이나 의사로서 가져야할 윤리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패러다임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전공의들 역시 무조건적으로 희생을 감수한다거나, 피교육자적 입장에서 불합리한 것들을 참아내야 한다는 것도 변화해야 합니다."
전공의협이 추진하는 '전공의 노조' 설립도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즉 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서 가치의 창출만큼 보상받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상실감, 그리고 사회적 지위가 변화하면서 전공의들 사이에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나면서 '충분한 임금과 적절한 대우'는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굳이 노조가 아니더라도 단체협상권을 가질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전공의들 사이에 노조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다만 노조의 형태가 바람직할 것인가 아니면 현 전공의협보다 강력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단 전공의 노조 설립에 대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노조 설립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노조 설립에 대해 의료계 내부적으로 말들도 많다. 의료계 각 집단에 따라 전공의 노조 설립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그 역시 이러한 것들을 잘 알고 있다.
"전공의협은 이름 그대로 전공의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입니다. 전공의협의 긍극적 목표는 '한국의학의 발전과 국민건강'이며, 전공의 노조 설립은 이러한 대전제를 바탕으로 전공의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데 있습니다."
세상이 '테제'와 '안티테제'로만 구성돼 있지 않듯이 사회 역시 '의사'와 '반의사'로 단순히 이분화되지 않는다. 이제는 '사회 속의 의사', '의사가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제7기 전공의협 임동권 회장이 그 고민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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